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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yric Echoes - When Things Fall Apart (Unit, 2023)

 

스위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Daniel Strässler의 솔로 프로젝트 Lyric Echoes의 미니 앨범.

 

199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다니엘이 지금까지 보여준 폭넓은 음악적 경험은 어느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클라우트와 스페이스 등과 같은 록의 영역은 물론, 클라즈마와 헝가리 민속 음악을 포함해, 일렉트로닉이나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은 연극이나 영화를 포함 주변 분야와의 다양한 관계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때문에 다니엘의 음악이 개성이 없는 범용성을 지닌 통상적인 연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선보인 솔로 프로젝트 LE는 이와 같은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LE는 지금까지 다니엘이 참여한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통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하나의 단일한 공간 속에 유연하게 엮어내는 총체성은 물론, 그 관계의 유연함을 통해 경계를 모호하게 다루는 탁월함을 지니고 있다. LE의 데뷔 앨범 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2021)은 이러한 다니엘의 통합적인 특징은 물론, 장르적 요소 사이의 관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다면성을 동시에 포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부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의 경우 장르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의 다면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보다 탐구적인 공간 연출을 구사하며, 통합적인 방식으로 깊이를 더하고 있다. 솔로 작업이 단 2개의 트랙에 불과하지만, 화려한 개인 기량의 이면에 내재한 밀도 있는 음악적 감각을,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정제된 방식으로, 구성의 치밀함과 진행의 정교함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복합적인 기타의 레이어와 비트 시퀀싱을 이용한 록적인 진행에, 일렉트로닉의 효과를 더해 이머시브 한 공간감을 연출하는가 하면, 어쿠스틱의 기악적 특성을 활용해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특징을 구성과 진행의 양식 안에 통합하여 하나의 단일한 언어처럼 활용하고 있으며, 코스나 스케일의 변화는 물론 개별 톤이나 사운드의 전환을 통해 유도하는 분위기의 미묘한 반전은 LE의 음악이 지닌 통합적 성격을 더욱 극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EP에서도 트럼펫 연주자 Nils Petter Molvær와의 협연을 담은 트랙을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에 또 다른 게스트로 기타리스트 Harald Haerter도 함께하고 있다. 총 4개의 수록곡 중 2개는 이들 세 명이 함께 구성한 연주로 되어 있어, 이번 EP는 다니엘의 음악적 내밀함은 물론 주변 뮤지션과의 관계 속에서 표현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닐스와 하랄트는 다니엘이 완성한 구조 내에서 기능적 표현을 더하는 듯한 모습처럼 참여하고 있지만, 구성 자체는 이미 두 뮤지션의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있어, 각자가 보여주는 개성적 표현의 표출은 물론, EP 고유의 음악적 개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특히 “Spheres II (Remix)”의 경우, 전작에서 닐스와의 협연으로 완성한 트랙을 이번 EP에서는 하랄트의 레이어를 더한 연주로 재연하며, 보다 섬세하고 풍부한 공간적 이미지를 연출을 보여준다. 하랄트는 단 몇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프레이즈만으로 원곡의 공간을 웅장하게 확장하는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는데, 이는 기존 다니엘과 닐스가 완성한 구조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 관계를 보다 풍부하게 재구성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적인 구성만큼이나, 톤과 사운드의 개별적 특징을 선명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단순한 구성의 조율을 넘어 그 흐름 속에 포착할 수 있는 변화의 계기들을 활용해 극적인 긴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구성이 보여주는 치밀함은 물론, 과잉을 배재하여 정돈된 방식으로 안정적인 호흡으로 음악적 밀도를 축적하는 과정은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현실과 가상 중간의 경계에서 부유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 상쾌한 몰입을 경험하게 하여, 신선하면서도 매력적이다.

 

 

20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