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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cha Gharibian – Mars (Bee Jazz, 2013)


유럽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겸 싱어 마샤 가리비안의 데뷔 앨범. 국내 수입사에서 모 잡지사를 통해 배포한 레이블 샘플러와 수록된 안내문은 이 앨범의 구매 의지를 꺾기 충분했다. 한참이 지난 뒤 누군가의 권유로 이 앨범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수입사에서는 판매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음. 아무튼, 데뷔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장미여관급에 해당하는 10년 경력의 중고 신인이다. 민속음악과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음악 경력에 뒤늦게 재즈를 접하면서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다양해진다. 이 앨범은 그녀의 음악적 배경들이, 백과사전적 방식의 나열이 아닌, 마치 한 알에 다양한 종류의 영양성분들이 가득 담긴 연질캅셀과도 같은 압축적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때문에 마샤의 앨범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진동하는 폭보다 그 깊이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그 폭은 에소테릭한 분위기와 어울려 그녀 특유의 음악적 색깔로 표현되고 있다. 메조 음역대의 보컬이지만 무게감과 명료함이 공존하는 마샤의 보이스 톤은 특유의 공간적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튼 도움이 된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들을 음악으로 표현한 마샤의 보컬은 시인의 시적 체험을 보다 명료한 네러티브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샤의 음악적 구성능력에 더 큰 주목을 하게 된다. 반복적인 제한적인 코드 위에서도 라인에 대한 상상력은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작/편곡의 직관 역시 남다르다. 국내 수입사의 안내문에는 코미타즈의 곡에 주목하라고 써있지만 이 앨범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9개의 트랙 중 7개에 해당하는 그녀의 오리지널들이다. 국내 수입사의 안내문에는 마샤를 댄 가리비안의 딸로 소개하고 있는데, 혹시 그의 앨범 들어보신 분 계신지? 그냥 마샤의 음악 그 자체에 주목해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 앨범이다.

201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