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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iej Tubis - Komeda: Reflections (Audio Cave, 2022)

 

폴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aciej Tubis의 솔로 앨범.


1983년생인 마치에이는 10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로 기록되고 있으며, 학부에서 클래식을 전공했고 이후 재즈와 임프로바이징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넓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재즈 씬에 등장하여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다양한 연주 활동을 통해 입지를 넓혀갔고, 현대 클래식이나 민속 음악 등에 대한 음악적 해석과 더불어, 재즈는 물론 실내악이나 영화 등을 위한 작곡을 선보이며 폭넓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주로 듀오나 트리오와 같은 작업을 통해 그의 성과가 부분적으로 전해지기도 했는데, 클래식과 재즈의 접점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어법을 활용해 유러피언 특유의 서정은 물론, 폴란드 재즈 씬 특유의 감수성이 더해진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솔로 앨범은 기존의 듀오나 트리오와는 다른 공간적 특성을 활용하고 있지만, 마치에이 특유의 다면적인 특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재즈와 주변 장르적 표현의 관계에 대한 유연한 사고와 접근도 담아내고 있어, 그의 음악적 특징을 응축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업의 대상을 폴란드의 Krzysztof Komeda로 두고 있는데, 마치에이에 따르면 그의 존재는 자신이 클래식에서 피아노로 전환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던 것으로 밝히고 있어, 이번 작업의 특별한 의미를 직감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마치에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코메다의 곡들을 선곡하고, 오리지널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창의를 더하는 신선한 접근을 보여준다.


마치에이는 테마에 대한 단순한 재해석이나 재구성이 아닌 독특한 접근을 선보이는데, “Sleep Safe and Warm”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피아니스트는 자신의 음악적 빌드-업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원곡의 핵심에 다가선 다음, 다시 이로부터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확장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앨범의 부제이기도 한 ‘반영’이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접근으로 보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와 같은 음악적 리플랙션을 실현함으로써, 코메다의 고전을 다뤘던 기존의 성과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부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반영의 결과는 개별 곡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코메다의 여러 모티브를 복합적으로 활용하거나, 핵심만을 간추린 추상의 결과를 새로운 음악적 콘텍스트 속에서 배열 혹은 중첩을 통해 마치에이의 다중적인 방식의 반영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마치에이의 음악적 반영은 자신의 작곡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 방식 또한 거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는 듯한, 원곡과의 유기적 연관을 바탕에 두고 있는데, 특히 그 절충면에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은 마치 롤러코스터의 곡면을 타고 진행하는 듯한 긴장을 연출하기도 한다.


마치에이의 피아노 연주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클래식의 언어와 주법을 구사하면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거나, “Two Men and a Wardrobe”에서와 같이 고전적인 양식에서 시작한 연주를 차츰 재즈의 기교와 스케일을 더해가며 새로운 장르적 표현으로 곡을 마무리하는 등, 두 가지 음악적 양식을 다루는 독특한 방식을 앨범 전체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치에이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명확히 하여 각각의 고유한 언어와 표현에 충실하면서도, 그 접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가며 자신의 창의적 공간 또한 넓혀가는 인상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마치에이는 일부 곡에서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더해 솔로의 공간적 표현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방식은 흔히들 모던 클레시컬이라고 부르는 경향적 특징을 떠올리게 하고 있어 이 또한 무척 흥미롭다. 다만 그 구체적인 활용에 있어 단순한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성하거나 효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마치 피아노의 카운터나 트리오의 공간 구성을 대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기존 마치에이의 활동을 부분적으로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일렉트로닉이 피아노의 톤이나 악기의 여러 메커니컬 음향에서 파생한 듯한 인과성을 지닌 사운드처럼 들리도록 연출한 점은 독특한데, 그러면서도 공간 안에서는 각기 다른 기능적 역할을 통해 나름의 균형적인 솔로 앙상블을 구성하고 있어 흥미롭다.


코메다라는 하나의 대상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다양한 요소와 접근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마치 거장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마치에이의 방식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다양한 음악적 언어와 표현 사이의 균형과 접점은, 코메다와 마치에이 본인의 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느끼게 할 만큼, 그 결과는 매우 치밀하면서도 강렬하다.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