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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deleine Cocolas - Spectral (Room40, 2022)

호주 작곡가 겸 사운드 디자이너 Madeleine Cocolas의 앨범. 마들렌은 2000년대 말부터 TV 시리즈에서 음악 관련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고 다수의 작품을 거치며 그 커리어는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개인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그녀가 선보인 개인 작업은 어느 특정한 장르적 경향성에 수렴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을 전면에 두는 과감한 표현에서부터 피아노의 미니멀 한 레이어의 반복적 진행을 이용해 고전적인 텍스쳐의 중첩으로 모던 클래시컬 한 특징을 보여주며, 마치 두 가지 양식의 음악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다중성은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했으며, 어쩌면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현재의 마들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완성하는 과정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주 악기의 기악적 표현을 중심으로 하는 곡은 물론이고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프로세스에 음악적 직관을 반영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최근 선보인 Ithaca (2020)에서 인상적인 통합을 완성하게 되는데, 미묘한 복합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큰 특징을 이루는 요소이기도하다. 모던 클래시컬과 앰비언트라는 두 가지 장르적 통합을 시도하는 예는 많이 존재하지만, 마들렌이 이번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은, 그 경계의 확장보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듯한 묘한 긴장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독특하다. 특히 이번 앨범의 ‘유령 같은'이라는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두 가지 음악적 양식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어느 한 가지 규범화된 법칙이나 일련의 루틴 대신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유연하게 긴장과 해소를 이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보이스를 비롯해 피아노 혹은 기타와 같은 연주 악기의 어쿠스틱을 중심에 두면서도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을 중첩하여 서로 다른 특성의 사운드의 대비를 극대화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전위를 통해 전혀 다른 양식의 진행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는 등, 그 방식은 개별 곡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렉트로닉을 이용해 도입을 이루거나 그 특성이 전면에 나오는 실험적인 구성의 곡에서도 미니멀한 라인의 반복을 기반으로 다양한 텍스쳐의 대비를 이룰 수 있는 사운드를 중첩하며 고유한 정서적 긴장과 몰입을 유도하는가 하면, 진행을 통해 서서히 익숙한 어쿠스틱 계열의 음향에 수렴하는 플로우를 그러 냄으로써, 시작과는 전혀 다른 구성의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 계열의 사운드는 마치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고유한 톤과 텍스쳐의 대비를 통해 감정 혹은 정서의 표현을 확장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의도한 대비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사운드가 서로 끌어 당기 듯 수렴하는 모습은, 두 가지 장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마들렌의 접근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대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전의 작업에서도 마들렌의 큰 특징을 이루는 요소이기도했지만, 이번 앨범의 경우 필드 리코딩을 활용한 접근은 무척 인상적이다. 현장음을 단순한 공간적 묘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신, 마들렌은 이를 이용해 일상과의 교감을 완성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생활 주변에서 채집한 사운드를 확장해 음악적 레이어를 중첩해가는 모습은, 마치 세상과 그녀 자신을 연결하는 힘겨운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정서적 반응과 변화는 앨범에 귀 기울이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일상의 소리에 온전한 기악적 표현이 더해지며 경험하게 되는 정서적 일체감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완성되고 있고, 여기에 일렉트로닉의 세밀한 레이어가 중첩되며 점층적인 빌드-업을 이루고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몰입적인 음악적 내러티브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진행은 반전이나 극적인 전개를 최소화하고 있으면서도, 서서히 집약되는 공간의 밀도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드론이나 그 효과의 직접적인 언급 없이, 배경을 이루는 일련의 사운드스케이프만으로도 점진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플로우의 몰입을 유도하게 된다. 마치 필드 리코딩의 음원에서 일련의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다양한 사운드의 레이어링을 통해 구조화하여 하나의 음악적 체계로 완성하는 과정은 인상적이며, 이처럼 청각적 신호를 통한 다양한 감각의 연결은 경험과 감정을 중첩하는 듯한 모습처럼 작동하여 무척 인상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평온의 불안정성이 마들렌이 앨범의 제목을 통해 표현한 ‘유령 같은' 우리의 현재가 아닐까 싶으며, 이와 같은 모호함을 진솔한 정서적 반영을 통해 표현하고 있어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