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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mmal Hands - Shadow Work (Gondwana, 2017)

 

영국에서 활동 중인 3인조 트리오 맘멀 핸즈의 통산 세 번째 앨범. 특이한 팀 이름만큼이나 Jordan Smart (sax), Nick Smart (p), Jesse Barrett (ds) 등으로 이루어진 편성의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프라노 색소폰을 주로 이용하여 테마와 라인을 구성하는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초기 Oregon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기도 한다. 마치 오리건의 음악적 특징들을 압축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인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음악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민속적인 테마나 클래식의 실내악적 규범 등을 활용하면서도 재즈의 음악적 확장성에 의지하는 진행 방식 등은 무척 유사하기도 하다. 다만 매멀 핸즈의 경우 재즈의 자율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진행에서 보다 더 유기적인 응집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성과 유기성은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리더의 통제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부재하며 공동의 음악적 합의에 의해 구성된 공통의 공간 안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이미 작곡 과정에서부터 이러한 유기성과 자율성을 염두에 둔 덕분에 진행 과정에서의 다이내믹이 개별 솔로의 섬세함과 조화를 이루며 매력적인 텐션을 완성한다. 에스닉한 느낌의 민속적 테마를 사용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활용하는 화성의 진행이나 구성은 다분히 규범적이다. 단 세 명의 인원으로 깊이 있는 음향의 전경을 펼치기 위해 세밀하게 조율된 사운드의 레이어 또한 흥미롭다. 개별 공간에서 발현된 음악적 상상력들을 중첩시켜 하나의 밀도 있는 사운드로 완성시킨 그 모든 노력의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강한 응집력을 지닌 음악적 콘텐츠나 섬세함이 묻어나는 사운드는 이미 데뷔 앨범 Animalia (2014)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며 Floa (2016)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번 앨범 역시 맘멀 핸즈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킨 작업이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그 자체가 대표작 리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201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