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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c Johnson - Overpass (ECM, 2021)

미국 베이스 연주자 Marc Johnson의 솔로 앨범. 1970년대 말 Bill Evans의 마지막 트리오의 연주자로, 이후 John Lewis, Lyle Mays, Enrico Pieranunzi 등을 비롯해 아내인 Eliane Elias의 베이시스트로 오랜 시간 활동한 마크의 이력을 보면 확실히 피아니스트들이 그를 곁에 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John Scofield, Wolfgang Muthspiel, Pat Martino, John Abercrombie 등의 기타리스트들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이들의 수많은 대표적인 앨범에서 마크는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마크는 ECM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Bass Desires, Current Events, Right Brain Patrol와 같은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에는 일리아니와 공동 제작자로 그래미를 수상한 것 외에는 아내와의 듀엣 작업인 Swept Away (2012) 이후 연주자로서의 활동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는데,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ECM을 통해 선보이는 신보라는 점에서 반가울 따름이다. 솔로 연주로 진행된 이번 녹음은 마치 에반스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는 자신의 음악적 여정을 총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 곡인 "Freedom Jazz Dance"는 마크가 처음 구입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평범한 첼리스트를 꿈꾸었던 10대 초반의 마크를 재즈 베이시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계기였다고 전해진다. 특히 에번스와의 오랜 인연을 기념하기라도 하듯 당시에 즐겨 연주했던 "Nardis"와 "Love Theme from Spartacus" 등의 고전을 베이스의 언어로 새롭게 개념화하고 있고, ECM 시절 마크가 리더로 기획한 첫 프로젝트인 베이스 디자이어의 대표곡 "Samurai Hee-Haw"를 새롭게 재구성한 "Samurai Fly"를 들려주기도 한다. 특히 이 곡은 피치카토, 아르코 등의 주법을 오버 더빙으로 녹음해 풍부한 공간감을 실린 앙상블로 완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곡이 지닌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공간으로 개념화한 흥미로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그 외에도 앨범에는 마크의 최근 작곡을 반영한 연주도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Whorled Whirled World"와 같은 장르 포괄적 담론을 지닌 곡의 경우 미니멀한 고전주의의 엄격한 규칙성에 원리적인 패턴의 리듬이 결합하여 문명과 시대를 포괄하는 듯한 절묘한 그루브를 경험하게 한다. 2018년 마크와 일리아니의 프로듀싱으로 상파울루에서 녹음된 이 앨범은 마치 자신의 음악적 삶을 스스로 큐레이팅 하여 선보이는 회고적 작업과도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한다.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