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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c Sinan & Oğuz Büyükberber - White (ECM, 2018)


터키-아르메니아계 독일인 기타리스트 마크 시난과 터키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오우즈 뷔위크베르베르의 듀엣 신보. 시난에게는 Fasil (2009)과 Hasretim - Journey to Anatolia (2013)에 이은 세 번째 ECM 작업이며 뷔위크베르베르로서는 첫 레이블 데뷔작인 셈이다. 이들 두 뮤지션은 터키 음악과 재즈의 관계를 수용하는 방식에서는 비록 다른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중동의 음악적 모티브를 재즈의 즉흥 공간에 활용한 연주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앨범에서 시난과 뷔위크베르베르는 각자의 음악적 의지를 반영한 각자의 오리지널을 서로 제공하며 공통의 합의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난은 "Upon Nothingness" 5부작을 작곡했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6년 독일에서 추방된 아르메니아 포로의 노래를 녹음한 원본에 대해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음악적 첨언을 부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곡들이다. 또한 뷔위크베르베르가 작곡한 다섯 편의 “There I-V”는 시난의 오리지널 사이에 배열되어 마치 개별적 사건들 사이를 연계시키는 주석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두 뮤지션 사이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개방하여 임프로바이징의 확장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사고하고 있는 듯하다. 때에 따라 이와 같은 작업의 분할은 각자의 역할에 따른 결과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10년 가까운 이 둘의 교류와 일련의 협업 과정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있다. 실제로 임프로바이징의 확장을 위해 기획된 일련의 “There” 시리즈에서는 상대의 공간에 의지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며, 때로는 유니즌 프레이즈로 완전한 음악적 합의를 암시하는 듯한 대목도 존재하기도 한다. 결국은 각자의 자유 의지로 서로에게 수렴하는 방식이지만, 그 과정이 신중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결코 소심하거나 뒤로 물러서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늘 일정한 서로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의지를 자유롭게 드러내며 이룬 합의라 더욱 인상적이다. 서로의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앨범이다.

2018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