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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co Beltrami, Ceiri Torjussen, Buck Sanders - The Shadow in My Eye (Miso Film, 2021)

Ole Bornedal 감독이 연출한 영화 The Shadow in My Eye (2021)의 OST. 지금까지 주로 스릴러물을 제작했던 덴마크 감독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연출한 점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Marco Beltrami와 Buck Sanders 콤비를 비롯해 Ceiri Torjussen 등과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문 작곡가들이 OST에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불과 한 달 정도 앞둔 1945년 3월 21일, 연합군의 영국 공군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게슈타포 본부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학교를 목표로 삼아 120여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 그중 86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진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한 여성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자로 변장해 나치 군대에 징집되었던 이야기를 다룬 Erna at War (2020)와 함께, 전쟁의 당사자가 아닌 점령국 덴마크인들의 시각에서 양차 대전을 다룬 두 편의 영화로 손꼽힌다. 영화를 아직 관람하지 못했기 때문에 극 중에서 음악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앨범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만을 전한다면 작곡가들이 기존에 담당했던 OST와는 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존 마르코&벅 콤비가 들려준 화려한 서스펜스는 물론이고 체이리 특유의 정서적 침전과는 다른 음악적 시퀀스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는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여기에 전자 악기들을 활용한 드론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통해 묘사적 표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음악들이 구성되어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일반적인 스코어와는 달리 행위적 묘사보다는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스토리에 충실한 음악적 서사를 들려주고 있어 OST를 순서에 따라 곡의 제목을 염두에 두며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정서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어, 독립적인 감상용 앨범으로도 나름 훌륭하다. 기존 영화 음악의 작법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충실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서적 긴장에 대한 묘사에 집중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