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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i Sainio - Archipelago Stories (Ranka Kustannus, 2022)

핀란드 작곡가 Mari Sainio의 앨범. 2000년대 말 데뷔 이후 마리의 활동은 주로 영화, 연극, 오페라 등과 관련한 작곡에 집중했는데, 대충 그 리스트만 살펴봐도 그녀가 이미 해당 업계에서는 주류의 일부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그 내용은 방대하고 또 굵직하다. 또한 앙상블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다수의 작품과 더불어 미니 앨범 Tales (2017)와 공식 풀타임 리코딩 Minus 25 (2018) 이후 개인 타이틀도 꾸준히 선보이게 된다. 마리의 개인 작업은 현대 작곡의 보편성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듯한 방대한 표현을 통해 완성된다고 느끼게 하면서도, 여기에 영화 음악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서사적인 접근과 시네마틱 한 구성을 지니고 있어, 상당히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에 기반하고 있으며, 피아노를 이용해 기본적인 곡의 토대를 완성하고 그 위에 현악 외에도 기타, 관악, 코러스 등의 다양한 연주 악기는 물론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활용해 풍부하면서도 이미지너리 한 음악을 완성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마리의 이와 같은 음악적 특징이 잘 재현되어 있으며, 기존에 비해 조금은 더 풍부한 정서적 이미지를 담아내려 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마리의 이전 작업에서는, 한편에서는 슈게이즈가 연상될 만큼 북유럽 특유의 정서적 고요가 강하게 반영되어, 나름의 일관적인 감정의 흐름을 지속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그보다는 조금은 더 풍부한 뉘앙스를 통해 표현을 완성하려 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스칸디나비안 블루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정서의 몰입이나 침전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해소 혹은 표출의 방식을 통해 음악으로 담아내고 있어, 조금은 다채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각각의 곡들은 개별 특성에 맞는 기악적 구성이나 편곡 양식을 지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는 복합적인 장르적 요소들이 통합적인 표현을 이루기도 한다. 다운 탬포의 경쾌한 텐션에서부터 앰비언트의 밀도 있는 사운드의 플로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모던 클래시컬의 일관된 경향성 속에 시네마틱 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통합을 이루고 있어 나름의 일관성은 여전히 지속된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나 부담 없이 편하게 들어도 모든 것을 받아들여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포용력을 지닌 음악들이며, 우울한 서정을 아름답게 풀어내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