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계 스위스 아코디언 연주자 Mario Batkovic의 앨범. 아코디언 연주자의 작품이라고 하면 흔히 민속적 테마에 기반한 연주를 떠올리게 되는데, 마리오의 음악은 이와 같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다면적인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민속 음악은 물론 일렉트로닉, 클래식, 재즈 등의 언어를 자신만의 음악적 체계 속에 융해하고 이를 하나의 표현으로 엮어내는 그의 모습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예상 밖의 음악적 창의를 전한다. 이와 같은 특징은 기존 솔로 개인 작업은 물론 영화 음악에서도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러한 장르 융합적인 표현은 그만의 독특한 시그니쳐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특징을 여러 뮤지션들과 이루는 협업의 공간 속에서 더욱 극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James Holden과 MXLM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Matthew Williams 등과 같은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을 포함해, Robert Plant, Roni Size, Radiohead와 함께 활동한 드러머 Clive Deamer, 색소폰 연주자 Colin Stetson, 합창단 Cantus Domus 등과 함께 구성한 협업을 포함하고 있다. 각 곡은 누구와 협업을 했느냐에 따라 그 스타일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장르적인 유형의 음악에 대한 마리오의 개입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의 협업에서 코드를 기반으로 하는 아코디언의 아르페지오는 마치 전자 음악의 스탭 시퀀싱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역할을 보여주는가 하면, 색소폰과의 협업에서는 대위적인 공간을 활용해 어둡고 몽환적인 이미지의 앙상블을 완성하는 등, 사실상 두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협주 또한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의외성을 보여준다. 합창단과 펼쳐지는 마리오의 연주는 정통적인 클래식의 양식 속에서도 강한 응집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Jan Garbarek과 The Hilliard Ensemble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한 듯한 감흥을 주기에 충분했고, 드럼과 일렉트로닉이 공존하는 공간을 통해 구성하는 에너지의 표출은 전혀 의외의 반전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솔로 연주를 통해 완성하는 장르 복합적인 양식의 실험적 표현에서는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를 통해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전혀 의외의 이미지들을 접할 수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미니멀한 접근 방식을 취하면서도 진행을 통해 그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하는 마리오의 구성은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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