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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k Turner - Return from the Stars (ECM, 2022)

미국 색소폰 연주자 Mark Turner의 앨범. 마크가 ECM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이 Enrico Rava의 New York Days (2009) 세션에 참여하면서였고, 이후 13년 동안 여러 작업에 참여하면서 지금은 레이블의 상징적인 뮤지션이 되었다. 그 기간에 마크는 주고 듀엣과 트리오 형식의 리코딩을 통해 기억할만한 성과를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트럼펫 Jason Palmer, 베이스 Joe Martin, 드럼 Jonathan Pinson이 참여하고 있어 Lathe of Heaven (2014) 이후 첫 쿼텟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쿼텟 리코딩은 베이스 연주자 조가 참여한 것을 제외한다면 이전 리코딩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색소폰과 트럼펫의 상호 작용 및 솔로가 멜로디와 라인의 공간을 구성하고, 베이스와 드럼의 능동적 개입을 통해 앙상블을 완성한다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에서는 많은 부분 공통점을 지닌다고 봐도 무방하다. 피아노가 없다는 점은 두 관악 사이의 프레이즈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베이스와 드럼에게 더 다양한 공간을 개방하고 있어, 능동적인 개인 역량과 팀워크에 의해 완성되는 밀도감을 명료한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특징이 극대화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마크와 재이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식의 창의적인 프레이즈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8개의 트랙 전곡을 마크의 오리지널로, 테마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색소폰과 트럼펫의 합은 3, 5도와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프레이즈 외에도 각자 다른 라인으로 이루어진 대위적 형식을 보여주기도 하여 때로는 클래식적인 견고함을 느끼게 한다. 둘 사이에 유연하게 취해진 거리를 활용해 연출하는 다양한 공간적 분위기는 때로는 이미지너리 하면서도, 진행 속에서는 개별 솔로와 연관을 이어가며 그 자체로 하나의 극적인 긴장을 포함하는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하다. 하지만 작곡의 의도가 개입하는 도입과 주제 그리고 결말의 일정 부분을 제외하면 둘 사이의 관계는 구조화되지 않은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며,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인터랙티브가 큰 힘을 발휘한다. 이와 같은 두 관악의 연주가 더 풍부하고 구체적인 공간적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조와 조나탄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데, 베이스와 드럼은 상대적으로 보다 더 다양한 자율적 개입의 가능성을 활용하면서도, 유기적인 조합과 균형을 이루는 토대를 완성할 뿐만 아니라, 견고한 내밀함을 바탕에 둔 다이내믹을 쿼텟의 공간 속에 밀도로 응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개별 공간에서 펼치는 솔로에 대해 마크와 재이슨이 펼치는 대응만 보더라도, 리듬의 역할이 쿼텟 앙상블의 구성에서 구체화된 표현의 중요한 요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재즈의 전통이 이어지는 스텐스에서 작업이 이루어졌음에도, 오늘날에도 그 언어와 표현이 모던함을 잃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듯한 앨범이다. 공상과학 마니아로 알려진 마크는 이번 앨범의 제목을 Stanislav Lem의 소설에서 빌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