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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tin Roth - An Analog Guy in a Digital World (Lunatique, 2020)

독일 전자음악가 Martin Roth의 앨범. 공식적으로는 이번 작업이 마틴의 첫 풀타임 앨범이지만 DJ RM, YOMC 등의 이름으로 20년 이상 전자음악 분야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몇 년 전부터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타진했던 'An Analog Guy' 프로젝트는 기존 자신의 음악적 배경 이면에 잠재되어 있었던 클래식에 대한 취향을 전면에 드러낸 것으로 그 첫 결실이 이번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몇 해 전 "Adagio for Strings (an Analog Guy meets Samuel Barber)" (2018)라는 싱글을 통해 기존 자신의 트랜스 계열의 전자음악과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성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기존 싱글들 속에서 단편적으로 제공된 단서들이 어떻게 확장되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공개된 몇 편의 동영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마틴은 아르페지에이터와 같은 전자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피아노와 건반을 연주해 그 효과를 재현하는데, 어느 순간에서는 다분히 필립 글래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도 다분하다. 이렇게 펼쳐진 화음은 전자음악 특유의 빌드-업 방식에 따라 미세한 사운드의 디스토션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의 텍스쳐로 발전하는가 하면 다양한 양식의 배음을 통해 내러티브의 형식을 완성하기도 한다. 기존 자신의 음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새로운 시도이며 그 뛰어난 완성도 또한 인상적이다.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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