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Mathias Eick - Ravensburg (ECM, 2018)


노르웨이 출신 트럼펫 연주자 마티아스 아익의 ECM 신보. 2004년 Jacob Young의 앨범을 통해 레이블과 인연을 맺었고 The Door (2008)로 ECM 데뷔 이후 네 번째 녹음이다. Håkon Aase (volin), Andreas Ulvo (p), Audun Erlien (eb), Torstein Lofthus (ds), Helge Andreas Norbakken (ds, perc) 등이 참여하고 있어, 다른 멤버들이지만 기본 구성에 있어서는 전작 Midwest (2015)와 거의 동일하다. 또한 바이올린과 트럼펫의 두 공간이 구성하는 조화와 긴장의 반복이라는 앨범 전체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민속적 요소들을 활용한 진행이라는 기본적인 음악적 내용에서도 연관성이 존재한다. 전작에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노르웨이의 마을 헤미에서 시작해 미국 '중서부' 다코타에 이르는 19세기 선조들의 이주 과정을 음악으로 묘사했다면, 이번 앨범은 독일 남부 '라벤스부르크'에서 태어난 자신의 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가족의 기원을 향한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곡들의 제목 또한 "Family", "Children", "Parents", "For My Grandmothers" 등과 같이 사적이면서도 가족의 초상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전작은 물론 이번 앨범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민속적 요소들은 사실 정체가 불분명하다. 어느 특정한 지리적 연고를 지칭하기 힘든 모호성과 복합성은 재즈의 포용적 특성 뒤에서 마치 은연중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느낌은 트럼펫과 바이올린이 조화와 긴장을 유지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완성되는 프레이즈의 영향은 물론, 멜로디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에소테릭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다양한 페턴의 리듬도 한 몫하고 있다.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어디 즈음에 존재하는 듯한 공간 구성을 통해 마티아스는 자신의 사적 영역을 공고하게 구축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히 허밍 보컬에 의해 더욱 두드러지는 이러한 느낌은 민속적 특징을 사적 서정과 일치시켜주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8월과 12월 (2008), 6월 (2011), 3월과 11월 (2015), 그리고 "August" (2018)에 이은 이후의 여정도 기대해본다.

201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