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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tt Choboter's Hypnopompia - Sleep Inertia (Songlines, 2022)

덴마크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att Choboter의 프로젝트 그룹 Hypnopompia의 앨범. 2010년대 중반 재즈계에 처음 등장한 맷은 실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접근을 담은 일련의 앨범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연대기 순으로 듣다 보면 자율적 표현과 구조화된 체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신의 접근과 관점을 조금씩 구체화한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맷의 음악적 세계관은 지금까지 진행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편성의 실험이라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모든 편성의 실험이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겨지지는 않았지만, Full Fathom, Matt Choboter Band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7-8개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번 앨범 역시 그 과정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앨범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Anima Revisited (2021)를 통해 실현된 Hypnagogia 프로젝트로, 이번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Hypnopompia와 일련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잠,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대비를 이루는 두 개념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전까지 맷이 주로 감정적 요소나 불면에 따르는 불안 등을 소재로 여러 음악을 선보인 것을 떠올린다면, 이들 프로젝트 또한 그의 작업적 연속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이벤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전 작업인 히프나고지아에서 보여준 연주가 콜렉티브 한 집합적 사운드를 통한 몽환의 표현을 보여줬다면, 이번 히프노폼피아의 경우 개별 공간에서 활성화된 표현을 마치 콜라주와도 같은 매시브 한 표출로 집단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용어의 개념적 정의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작업에는 클라리넷 François Houle, 기타 Jacob Wiens, 베이스 James Meger, 드럼/퍼커션 Andrew Thomson 등이 참여하고 있어, 늘 그렇듯 이번 프로젝트만을 위한 새로운 편성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개인의 능동성을 바탕으로 하는 집단화된 표현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흐름에서는 일련의 개연성을 염두에 둔 듯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감정의 폭넓은 기복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격정과 고요를 오가는 리듬과 멜로디의 풍부한 아이디어와 조합을 활용하고 있어, 음악적 진행에서 나름의 체계화된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구성에서 나름의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클라리넷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활용해 개별적인 능동성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피아노를 중심으로 베이스와 기타의 프레이즈를 응집하는가 하면, 위상의 분할을 통해 개별 공간의 역할과 특성을 구분하는 정교함을 포함하는 모습에서 특히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또한 평소의 투명함과는 다른 펠트 한 톤으로 조율된 피아노로 모호한 공간적 감각을 표현하는가 하면, 기타 또한 자신과 대당을 이루는 악기와의 연관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음향적 변수를 활용한 개입을 보여주기도 하여, 이러한 섬세함은 음향을 통해서도 표현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이와 같은 사운드의 섬세함은 매시브 한 표현 속에서도 나름 음악적 이미지와 정서를 구체화하는 방식이기도 하여, 불면에 따른 신경증의 복합적인 경험들을 표현하는 디테일처럼 전달된다. 이처럼 집단화된 표현이 주를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개별 공간의 역할이나 사운드에서는 다분히 강박적인 인상을 주고 있어, 음악이 전달하는 느낌과 분위기는 무척 모호하다. 어쩌면 이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경험하는 비몽사몽의 모호함과도 닮았다는 생각도 하게 되며, 현재의식을 통해 잠재의식을 관찰하는 순간의 불확실성과도 어느 정도는 연관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형식의 완전한 해체를 다루지는 않으면서도, 현실적 모호함을 비정형화된 체계의 유연함을 활용해 표현한 흥미로운 작업이다. 

 

202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