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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tt Dunkley - Cycles 7-16 (Village Green, 2018)


영국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 맷 던클리의 신보. 편곡자, 지휘자, 작곡가 등으로 활동 중인 던클리는 2005년 '사총사'를 시작으로 '인셉션', '블랙스완', '다크 나이트' 등을 비롯한 130여 편이 넘는 TV와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한다. 또한 Patti Smith, Nick Cave, U2, Kronos Quartet 등의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고, LA 필, 런던 필, 로열 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심포니를 지휘하거나 콘서트 MD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타이틀을 발매한 것은 27분 길이의 미니 앨범 Six Cycles (2016)가 처음이다.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의 로열 발레단을 위한 현대 무곡의 일부로 제작된 이 앨범은 발매 당시 영국 클래식 차트 상위에 랭크될 만큼 시적인 언어와 음악적 순환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앨범은 연속선상에서 이어지는 이후 10편의 순환을 담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Deutsches Filmorchester Babelsberg의 연주로 녹음이 진행되어 풍부한 현악이 만드는 웅장함과 더불어 서사적인 사운드 스캐이프를 들려주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개별 곡들의 테마를 이루는 구성 부분은 대부분 던클리의 주관적 경험에서 기원한 것들로, 개인적인 감상이나 정서적 상실감 혹은 감정, 때로는 여행에 대한 느낌 등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Cycle 7"은 베를린의 아침 풍경에서, "Cycle 15"는 노르웨이 여행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별적 모티브가 다른 만큼 이를 표현하는 방법 또한 구체적인데, "Cycle 12"에서는 풀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하는가 하면 "Cycle 14"에서는 7대의 피아노를 이용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개별 모티브와 테마를 "Cycle"이라는 타이틀로 표제화를 시도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반복적인 테마들이 순환을 이루며 확장을 보이는 구성 형식을 이루기도 하지만 어쩌면 개인적 경험이나 감정일지라도 음악과 다르지 않은 보편성이 존재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순환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