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러머 겸 작곡가 Matt Evans의 앨범. 타악기 혹은 드럼 연주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 신서사이저, 필드 리코딩을 메인으로 하는 음악적 표현에 집중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맷의 동료자 2019년 자전거 사고로 사망한 사회 활동 예술가 Devra Freelander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음악으로 담고 있는데, 앨범의 커버 아트는 그녀의 대표작 CMYK Sunset 시리즈 프린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맷 또한 자신의 음악을 환경 및 인권 활동에 연관을 지으며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한 예술적 참여는 물론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적 실천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 또한 이러한 맷의 음악 활동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번 녹음은 고인이 된 동료 예술가의 작업들을 음악적으로 통합하는데, 개별 곡의 타이틀로 사용된 "Solar Silhouette", "Fluorescent Sunrise" 등은 실제 데보라의 대표적인 작품명이기도 하다. 여기에 일부 트랙에서는 베이스 Tristan Kasten-Krause, 테너 색소폰 David Lackner, 바이올린 Elori Saxl 등의 도움을 받아 녹음을 완성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상실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 때문인지 맷은 이번 녹음에서 로우-파이 특유의 거친 텍스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앨범의 타이틀 touchless와는 역설적인 대비를 이루는 듯하다. 직접 연주하고 녹음한 사운드의 경우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 기계 작동음이나 장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노이즈는 물론 일상 주변의 잡다한 현장 주변 소음까지 고스란히 수음되고 있다. 매우 단순한 패턴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코드들의 순환에 비해 이와 같은 소음들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을 인지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담고 있는 트랙들에서도 거칠게 마찰하는 현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관악의 미세한 비브라토 또한 무척 힘겹게 느껴지는데, 여기에 덧입혀진 차가운 바람 소리를 통해 맷은 자신의 정서적 상황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접촉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촉감을 넘어서기 위해 청각적 질감에 의지한 것이 아닐까 싶어 처연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