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곡가 Matthew Pusti의 OST 앨범. 최근 10여 년 가까이 영상 음악 분야에 재직한 매튜는 여러 기업의 글로벌 커머셜을 비롯한 텔레비전 시리즈와 영화 음악 등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와도 무척 친숙한 인물이다. 이번 앨범은 "굿 우먼"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스릴러 A Good Woman is Hard to Find (2019)의 영화 음악을 담고 있다. 90년대부터 Makeup and Vanity Set이라는 이름으로 일렉트로닉 신에서 이름을 떨친 그의 음악적 활동은 영상 작업에서도 일정 부분 그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VST와 전자 악기를 활용해 서스펜션에 어울리는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앨범에서 매튜는 스트링과 브라스 계열의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 긴장과 심리적 압박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각 악기군이 지닌 음향적 특징과 그 표현을 잘 살린 부분은 인상적인데, 러스티 한 거친 표현의 고음역 스트링이나 불길하게 문이 열리는 듯한 저역 현악, 거친 바람 소리와도 같은 차가운 브라스 등 각 사운드 하나하나에 세심한 묘사적 특징이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퍼커션 계열 사운드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몰입과 긴장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악기군을 고르게 활용한 묘사적 표현에서 대단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사운드의 활용은 마치 일렉트릭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분히 교과서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별 음향의 효과와 그 조합을 완성하는 방식에서 매튜의 뛰어난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 독특한 점은 이 앨범에서 피아노 사운드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같은 날 공개된 텔레비전 시리즈의 OST인 The Girlfriend Experience: Season 3 (2021)와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멜로디나 라인을 통한 서사보다는 상황이나 심리 등에 대한 묘사적 특징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확실히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마지막 트랙 "A Good Woman is Hard to Find"에서는 영화의 결말을 스포일링 하는 듯한 경쾌한 분위기로 마무리하는데, 이 곡에서는 과거 MaVS 시절 매튜의 음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리 기억에 남지 않지만 음악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을 듯싶다.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