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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ttias De Craene - Patterns for (a) Film (W.E.R.F., 2021)

벨기에 색소폰 연주자 Mattias De Craene의 앨범. 마티아스는 벨기에의 전설적인 가수 WimDe Craene와 사촌지간으로 알려졌으며, 음악 경력 외에도 단편 영화를 공동 연출한 감독이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얼마 전까지 MDCIII 트리오 활동을 통해 실험적인 분위기의 누아르 풍의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번 작업은 작년에 발표한 미니 앨범 Mattiasdecraene (2020)에 이은 그의 첫 정규 풀타임 리코딩이다. 트리오 작업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암울한 듯한 현실의 일면을 마치 이야기처럼 풀어간다는 특징이 있다면, 이번 솔로는 색소폰의 음색과 라인이 전면에 부각되어 그 흐름을 지속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음악적인 분위기에서는 이전 그의 작업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미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작업 역시 영화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는 특징적인 표현들이 활용되고 있으며, 영화의 특정 장르나 양식에서 인덱싱이 가능할 법한 표현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 자체가 드라마틱 한 분위기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잔잔하면서도 서서히 흐르는 내러티브에 묘사적 특징을 더하는 방식이며, 전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톤 자체는 그렇지 않지만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배경을 이루고 있어 심리적인 압박과 긴장을 유도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심리적 분위기가 지속되는 전자 악기의 음향과 효과를 배경으로 색소폰 혹은 관악 계열의 사운드로 라인을 이어가는 비교적 단출한 구성을 보여준다. 서서히 조여 오는 듯한 느린 진행의 곡에서도 마티아스는 비교적 다양한 연주 주법들을 활용해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도 담아내고 있는데, 화려하거나 현란하다는 느낌보다는 곡의 구성에 적절히 잘 들어맞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그의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음악적 표현력을 엿볼 수도 있다. 음역대가 다른 단일한 톤 텍스쳐의 사운드를 세분된 공간적 리버브로 구분하고 이를 서로 대치함으로써 묘한 텐션을 유도하는가 하면, 단순한 구조의 레이어링 구성 속에서도 밀도 있는 정서적 음압을 경험하게 해주는 등 독특한 음악적 연출력도 보여준다. 조금은 스산하고 암울하지만 이를 음악적으로 전개하고 묘사하는 방식에서 큰 매력을 경험하게 해주는 앨범이다. 참고로 애플 뮤직에서 제공하지 않는 3번 트랙은 Bandcamp에서 들을 수 있다.

 

202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