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Max Richter - Beethoven Opus 2020 (Deutsche Grammophon, 2020)

최근 며칠 사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베토벤 탄신 250주년 헌정 앨범 중,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 단연 최고. 솔로 연주의 경우 기존의 관습적인 피아노 녹음 상식을 깨고 저음이 중앙에 위치하고 양 옆으로 중고 음역대를 펼친다. 생각해보면 사실 별 것 아닌데 새로운 위상의 질서에서 느껴지는 묘한 공간감은 다분히 충격적이다. 오케스트라 버전 또한 인상적이다. 복합적인 사운드의 레이어를 하나의 단일한 총체로 묶어내는 방식은 베토벤에게서 비롯된 것임은 분명하지만 막스는 자신의 창의적 언어로 고전적 문법을 재구성하고 있다. 모든 여정을 끝내면서 베토벤에게 다시 회귀하는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다. 단 두 트랙만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결론을 이야기하면 막스가 베토벤에게 리히터 한 앨범이다. 고음질 음원으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듣는 것이 예의인 앨범이다.

 

202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