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axence Cyrin의 앨범. 맥신은 1980년대 무렵 소위 프렌치 일렉트로닉에 헌신하며 그 흐름을 대표하는 작업들을 선보였고, 이후 1990년대 들어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연주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일렉트로닉과 피아노를 결합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들을 강화하는 동시에, 영화와 영상 등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작곡에도 기여했다. 이와 같은 음악적 특징은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맥신 특유의 우울한 서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인식될 만큼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많은 고정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더 이상의 첨언은 불필요한 뮤지션이 아닐까 싶다. 이번 앨범은 포르투갈 남부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태양과 바다의 밝은 이미지를 맥신 특유의 우울감 가득한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기존 그의 작품들에서는 일상성이 강조되어 곡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톤을 지닌 피아노를 활용하고, 전자 악기를 이용해 주변의 배경을 채색해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을 주로 취했다면, 이번 녹음에서는 주로 연주 그 자체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톤의 피아노 대신 Model D 콘서트 그랜드를 이용해 비교적 균일한 사운드로 전체 앨범을 완성하고 있으며, 메커니컬 사운드나 여러 음향적 요소들을 최소화함으로써, 연주 그 자체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음악적 정서에 집중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부 트렉에서는 일렉트로닉의 사운드스케이프와 스트링 계열의 음향을 활용하고 있지만, 피아노 자체에 직접적인 간섭을 이루기보다는 디테일의 구성을 완성하기 위한 부연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섬세한 벨로시티와 미세한 망설임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연주 그 자체에 귀 기울이게 한다. 미니멀한 구성의 코드 진행과 이를 오른손의 다양한 아르페지오로 풀어가는, 비교적 단순한 형식의 플로우지만, 타건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그 안에 깊이 있는 정서적 긴장을 반영함으로써 강한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마치 우울감 이면에 감춰진 다양한 분열을 연주로 표출하는 듯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이와 같은 정서가 있음을 음악으로 설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맥심의 연주에 공감한다면 그의 설득이 유효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