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포스트-록 그룹 Maybeshewill의 앨범. MBSW은 2006년 결성되어 인상적인 멜로디와 다양한 기악적 특성을 반영한 극적 구성을 통해 확고한 음악적 입지를 다졌던 그룹이다. Fair Youth (2014) 앨범 이후 잠정적인 해체 수순을 밟는가 싶었는데, 2018년 Meltdown Festival의 요청으로 잠시 재결성을 이루어 컴백에 대한 여지를 남겼으나 그 이후에도 멤버들은 각자의 활동을 이어갈 뿐 희망적인 소식은 요원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작년 중에 라이브 컴백 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 감염병 사태로 인해 이 또한 무산되었는데, 올해 초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개별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하며 마침내 7년 만에 재결성 앨범 소식을 전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베이스 Jamie Ward, 키보드 Matthew Daly, 기타 Robin Southby과 John Helps, 드럼 James Collins 등 반가운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현악과 브라스는 물론 코러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세션이 참여해 예전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질감의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더욱 견고해진 사운드는 평소 MBSW가 관심을 기울였던 현실 주변의 여러 문제에 대해 더욱 강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번 재결성의 이유 중 하나로 현재 지구가 당면한 위기에 대해 어떤 방식이든 음악적 발언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밝혔는데,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물론 정치적 맹목과 무관심, 부당한 사회 시스템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들은 늘 그래 왔듯이 직설적인 선동이나 구호 대신 분노를 음악으로 조직하고 연대를 위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연주를 선보인다. 일부 트랙에서는 내레이션이 활용되기는 했지만 전 곡에 그 어떤 가사도 없이 오직 연주와 음악만으로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은 영국 사회의 오랜 문화 예술적 저항의 전통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하며, 그 방식에서 힘은 물론 우아함까지 겸비하고 있어 강한 흡입력과 설득력을 지닌다. 특히 극적인 음악적 내러티브에 견고하게 조직된 사운드를 활용함으로써 연주 그 자체가 주는 희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는다. 일렉트로닉과 록의 레이어 활용을 넘어서 현악을 이용한 클래시컬 한 질감과 브라스를 이용한 재즈적인 텍스쳐를 더해 기존 MBSW 보다 풍부해진 감정적 고양을 제공한다. 덕분에 포스트-록이라는 기본적인 장르적 특징을 견고히 하면서도 고전적인 프로그레시브나 아트록 특유의 감성도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인 앨범이다. 예정된 투어 이후 이들이 활동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적어도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한다면 MBSW는 언제든지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준 컴백 앨범이다.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