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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enagerie - The Arrow of Time (Freestyle , 2018)


호주에서 활동 중인 뉴질랜드 출신 기타리스트 겸 뮤지션 Lance Ferguson이 이끄는 메나쥬리의 신보. 이번 앨범에서는 총 11명의 인원이 참여해 전작 They Shall Inherit (2012)에서 보여줬던 대규모 합주의 통쾌함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이번 녹음에도 Michael Meagher (b, eb), Rory McDougall (ds), Mark Fitzgibbon (p, ep), Phil Noy (ts, as, ss) 등이 참여해 전작과의 연속성을 부각하고 있으며 퍼거슨은 기타, 보컬은 물론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의 핵심 역할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 재즈에서는 이미 모달 어프로치 자체는 보편적 표현 양식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에 기반을 두어 퓨전과 소울 스타일을 차용해 대규모 앙상블을 구성한 예는 1970년 전후 CTI, Strata East, Tribe 등의 레이블에서 진행된 일련의 작업들 이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비용과 수익의 함수관계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 앨범을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손실을 감수한 행위임은 확실하다. 소울에 기반을 둔 펑키한 느낌과 더불어 일렉트릭의 감각적 운용으로 재즈의 집단적 합주가 보여줄 수 있는 경쾌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마치 고전 문법에 현대 언어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듯 레트로 풍의 고전적인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표현에서는 오늘날까지 재즈가 축적한 모든 감각적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다. 브라스의 집단적 세션에 의해 구성되는 테마,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키보드가 연출하는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퍼커션과 드럼의 이국적인 리듬 패턴, 보컬과 코러스가 이끄는 감정의 고조 등 모든 요소가 하나의 배합을 이루며 재즈에서의 집단적 합의가 완성할 수 있는 역동적 예를 보여주고 있다. 고전적인 재즈의 문법 내에서 이루어진 혁신의 마지막 버전이 모달이라면, 이와 같은 접근이 지금까지 보여준 확장 가능성을 오늘날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실적 활용이나 아니면 실존적 통용 가능성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받아 마땅하다.


2018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