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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chael Mantler - Coda: Orchestra Suites (ECM, 2021)

오스트리아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Michael Mantler의 앨범. 지금까지 마이클의 작업을 ECM / WATT 레이블에 한정해서 살펴보더라도 그는 자신의 과거 작업 속에서 현재를 갱신할 새로운 근거를 찾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The Jazz Composer's Orchestra Update (2014) 일 것이며, 이 작업은 기존 자신의 음악들을 오케스트라로 재편곡한 것을 넘어서 새로운 음악적 지향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계기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재창조를 담아낸 역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녹음 역시 2014년 작업의 연장이며 평소 마이클이 좋아했던 기존 곡들에 대한 재구성을 통한 새로운 창의를 담고 있다. 이 앨범에서 새롭게 구성된 곡들은 13 & 3/4 (1975), Alien (1985), Cerco Un Paese Innocente (1995), Hide and Seek (2001), For Two (2011) 등의 앨범에서 선곡된 것들로, 10년을 단위로 한 마이클의 대표작들이 그 대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앨범들만 봐도 듀엣에서 빅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성의 원곡들이 대규모로 확장되어 새로운 형식적 구성은 물론 그 내용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일련의 음악적 '업데이트'를 포함하고 있다. 2014년 업데이트 녹음과 마찬가지로 Christoph Cech가 지휘를 맡고 있으며 총인원 27명에 달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다. 관현악의 앙상블을 기반으로 여기에 솔로이스트 혹은 임프로바이저를 포함해 유연한 음악적 해석의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클래식에서 이야기하는 형식과도 구별되며 단순히 빅밴드의 규모를 확장하는 단순한 재즈적인 의미에서의 오케스트라와도 차별된다. 이 지점이 2014년 작업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루는 대목이기도 하며, 독주자 혹은 즉흥 연주자 또한 이와 같은 형식적 구성 속에서 그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기도 한다. 비브라폰 Maximilian Kanzler, 피아노 David Helbock, 기타 Bjarne Roupé 등과 같이 인상적인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지만 솔로나 임프로바이징은 전체 연주에서 유연하게 해석된 공간을 채우는 역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음악적 시퀀스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Coda'라는 앨범 타이틀이 선언한 바와 같이, 아쉽게도 마이클은 후속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절대 없다"라고 대답하는데, 43년생 노장이 이번 작업에 얼마나 많은 영혼과 열정을 담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