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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chel Portal - MP85 (Label Bleu, 2021)

프랑스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Michel Portal의 앨범. 1935년생으로 서양식 나이로 올해 85세를 맞이한 미셸을 기념하기 위해 앨범 제목부터가 MP85가 되었다. 피아노 Bojan Z, 베이스 Bruno Chevillon, 트롬본 Nils Wogram, 드럼 Lander Gyselinck 등 비교적 폭넓은 연령대의 중진들이 참여한 퀸텟 녹음으로 축하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시기상으로 미셸의 85세에 맞춰 녹음하긴 했지만, 이 밴드는 노장의 새로운 퀸텟을 염두에 두고 결성되었고, 폐쇄 기간에 조심스럽게 리코딩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앨범 자체에서는 제목 말고는 어떤 특별한 축하나 자축을 상징하는 대목은 눈에 띄지 않으며 지나온 과정처럼 새로운 일상의 활동을 준비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Baïlador (2010) 이후 10년 넘는 침묵 끝에 전해진 새로운 녹음이라 85세라는 상황과 맞물리며 조금 더 특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작업임은 분명하다. 단순한 상징적 의미를 배제하더라도 이 앨범이 지닌 음악적 완성도는 단연 놀랍고 뛰어나다. 특히 전통적인 스텐스를 취하면서도 그 표현을 확대하려는 시도에서 보이는 일부의 매너리즘을 85세 노장의 연주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인터플레이에 기반한 고전적 전통을 복원하면서도 공간의 합에서 이루는 앙상블의 텍스쳐는 그 어떤 결과보다 모던하고 세련되었다. 그러면서도 유연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마치 새로운 문법과 언어가 없이도 기존의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갱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서로 다른 표현의 특징을 지닌 뮤지션들을 통합해, 하나의 음장 속에서 그 다면성을 고스란히 살려내면서 이를 재즈의 힘으로 완성한 노장의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85세의 나이에도 가장 첨예한 음악적 현재성을 증명한 앨범이다.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