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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ck Chillage - Between The Endless Silence (Carpe Sonum, 2018)


아일랜드 출신의 전자음악가 Michael Gainford의 프로젝트 마이크 칠에이지의 신보. 1990년대 중반부터 음악을 제작했고 200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때 이미 중년의 나이를 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hill Out과 New Age의 합성으로 만든 활동명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그의 음악이 보여주는 장르적 스펙트럼은 테크노, IDM, 덥, 미니멀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특히 6년 넘게 이어진 Lee Norris와의 공동 프로젝트 Autumn Of Communion은 전자음악의 실험적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으로써 뿐만 아니라 칠에이지의 음악적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Carpe Sonum를 통해 발표한 그의 음반들은 비교적 레이블의 성격에 맞게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적 지향에 무게 중심을 둔 작업을 담고 있는데, 올 초 ...txt 음반사에서 발매한 다른 녹음들과는 확연히 다른 장르적 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기존 Carpe Sonum 레이블의 발매작들과 연관된 음악적 콘텍스트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번 작업만의 독특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앨범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비록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지만 중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피아노의 사운드인데, 미니멀하면서도 간격이 넓은 키 스트로크를 활용해 기존 자신의 전자음악을 둘러싼 담론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에서 이와 같은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조율을 완성한 수많은 예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칠에이지가 피아노 사운드를 단순히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점은 이번 앨범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의 콘트라스트를 강조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서로 유사한 텍스처를 유지하도록 섬세한 사운드의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전자 효과는 마치 피아노의 잔향처럼 퍼지고, 피아노는 전자 효과의 모티브로 작용하기도 한다. '침묵'에 대한 숨 막히는 음악적 묘사를 담고 있다.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