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Over MIDI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노르웨이 전자음악가 Helge Tømmervåg의 앨범. 기존 MOM의 앨범과 다른 톤과 분위기의 커버 때문에 음악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었을지 기대하고 들어 봤지만 여전히 헬게 특유의 사색적 공간이 강하게 지배하는 작업이다. 그의 음악은 북유럽 하면 쉽게 연상되는 차갑고 냉철한 지리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낮고 짙게 깔리는 드론과 눈보라와 같이 뿌옇게 전방을 흐리는 사운드 스케이프에 간헐적으로 현실적 자각을 일깨우는 듯한 필드 리코딩 등이 조화를 이루며 사색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묘사적 공간을 연출한다. 곡의 진행에 있어 MOM은 급격한 엔벌로프나 LFO의 변화 없는 점진적인 전개가 이루어지며 긴 흐름의 간격을 유지하는 섬세한 레이어링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자연을 닮은 듯한 사운드의 텍스쳐는 다분히 차갑고 거칠게 느껴지지만 필드 리코딩은 생생하면서도 선명한 사실적 묘사를 위한 장치로 활용되고 있어 묘한 극적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MOM의 음악적 특징을 구성하기도 한다. 어떤 곡의 경우에는 드론이나 사운드 스케이프가 필드 리코딩의 레이어를 강조하기 위해 전개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할 만큼 자연과 일상에 대한 MOM의 음악적 애착은 무척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이 이와 관련한 어떤 메시지를 의도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사운드의 배경과 사실적 묘사의 대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사색의 계기를 유도하게 된다. 앨범에서 사운드 스케이프는 균일한 톤과 반복적 지속을 이어가지만 바닷가의 파도, 바람, 물, 아이들 노는 소리 등은 마치 일련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일상의 소박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써 내려간 듯하다. 때문에 웹이나 스트리밍을 통해 개별 트랙 하나하나 듣는 것보다 다운로드 버전에서 제공하는 38분짜리 "Continuous Mix"가 더 큰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그래서 앨범 타이틀이 '오프라인'이 아닐까 싶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음악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커버 사진뿐이다.
2021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