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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ndwarden - Timeless (Cryo Chamber, 2022)

Mindwarde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 전자음악가 Velislav Zuev의 앨범. 벨리스라브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thestatic이라는 활동명으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덥스텝 음악을 선보이며 그 안에 다양한 음악적 장치들을 활용하여 나름의 감각적인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마인드워든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이전과는 조금 상이한 뉘앙스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이번 작업이 발매된 레이블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듯이, 다크 앰비언트라는 경향적 특징을 강하게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에 가상의 공간과 상황을 배경으로 일련의 음악적 이야기 구성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음악에서 강한 비트와 감각적 사운드를 제한하는 대신 무겁고 어두운 상실감을 더욱 단단하게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뉘앙스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장르적 경향성이야 말로 벨리스라브가 지닌 음악적 특징을 더 설득력 있게 표출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전 작업을 포함해 이번 앨범에서도 벨리스라브는 잔잔한 피아노 노트를 이용해 격정적인 분위기에서 다양한 감정적 교차를 이루는 독특한 연출을 보여주는데, 확실이 이와 같은 방식은 해당 장르의 다른 뮤지션들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는 그만의 유니크 한 매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폐허로 변한 미래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앨범의 설정에서, 특히 피아노는 적막감과 더불어 상실감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연주 자체가 지닌 고전적인 매력으로 인해 그와 같은 느낌은 더욱 강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펠트 한 느낌을 전하는 피아노에 깊은 리버브를 걸어 마치 고장난 그랜드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에, 잔향의 끝단에 다른 유사한 톤의 소리를 중첩시키는 등 기본적인 사운드에 대한 섬세한 튜닝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 외에도 코러스는 물론 스트링이나 브라스 등 어쿠스틱 계열의 사운드를 조율해 익숙한 고전적인 분위기를 가상의 공간과 배경에 배치해 청자들의 기억 속 경험에 쉽게 다가서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안갯속을 헤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익숙한 장치들을 활용해 강한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긴장과 서정의 공존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202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