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루마니아 및 러시아계 피아니스트 겸 전자음악가 Mischa Blanos의 앨범. 미샤는 어린 시절부터 배운 클래식 피아노를 전자음악과 결합하며 자신만의 유니크 한 언어와 표현을 완성한 뮤지션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같은 두 장르의 통합은 무대와 클럽을 오가는 그의 공연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 역시 그의 음악적 실천과 창의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레퍼런스로 인용될 수 있을 듯한데, 1950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루마니아계 프랑스 극작가 Eugène Ionesco의 희곡 La Cantatrice Chauve의 공연을 위한 무대 음악을 담고 있다. ‘대머리 소프라노’ 혹은 ‘대머리 프리마돈나’로 알려진 해당 연극은 오늘날까지 수많은 연출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공연될 만큼 여전히 프랑스에서 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연극 배우자 감독인 Alex Bogdan연 새로운 무대를 위한 극장용 사운드 트랙을 미샤에게 제안하면서 이번 작업이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연극의 현대적 해석에 걸맞게 미샤는 클래식, 미니멀리즘, 일렉트로닉 등을 교차해서 활용하는데, 그는 “대본 전체를 배우처럼 읽었다”라고 전하고 있으며, 연출가 알렉스 또한 “모든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나온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수록된 음악들은 극의 진행에 따른 인물들의 다양한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연극 원작은 총 11막 구성인 반면 앨범은 7개의 트랙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극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진 진행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이어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의 완결을 보여준다. 극의 긴장을 고양하는 아르페지에이터와 현의 대비, 고립 혹은 불안을 강조하는 미니멀한 피아노의 깊은 서스테인, 갈등적 국면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텍스쳐로 이루어진 사운드의 불협, 모든 상황을 봉합하려는 듯한 레트로 한 신서사이저의 사운드 스케이프 등 각 순간에 어울리는 소리와 그 조합을 통해 음악을 통한 극적 구성을 완성한다. 무대에서 재현되는 온전한 공연이 가장 좋겠지만, 앨범을 통한 감상만으로도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220219
related with Mischa Blan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