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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oinho - Elastikanimal (1631 Recordings, 2017)


파리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Palois Franck Marquehosse의 프로젝트 그룹 무이노의 두 번째 앨범. 흔히 네오-클래식 혹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로 분류되는 음악적 경향성들에 대해 느끼는 개인적인 감성은 다소 복잡하다. 정통 클래식의 엄밀함에 반한 일련의 새로운 시도와 흐름이라는 음악적 분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미 그 자체로 정체되고 고착되어 정형화된 일군의 음악적 스타일이라는 지루함이 공존하곤 한다. 첫 번째 앨범 Baltika (2013)을 들었을 때만해도 사티와 페르트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솔로에, 네오-클래식이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익숙한 스타일에서 무이노에 대한 인상은 후자에 기울어졌다. 특히나 열악하게 느껴진 사운드 퀄리티는 음악에 대한 집중을 방해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발표된 이번 앨범은 과거의 무이노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전해준다. 이번 앨범에서 피아니스트가 그려내는 멜로디의 결은 성숙한 감정 표현과 세밀한 묘사력과 어우러져 있다. 이것은 현악이나 더블 베이스, 비브라폰 등과 같은 라인-업의 확대를 통한 변화와도 관련된 것일 수 있겠지만, 피아노 솔로에서도 묘사적인 네러티브의 특징들은 쉽게 관찰된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사티나 페르트의 영향력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아니스트 자신의 음악적 감성이 더 부각되는 점은 분명하다. 타이틀 곡이기도 한 "Elastikanimal"에서는 현악과 마림바를 이용해 미니멀한 테마가 진행 과정 속에서 어떻게 다체로운 형상으로 표출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The Keys"에서는 왼손의 일관된 타건의 흐름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곡 전체의 미묘한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는 방법이 인상적이다. 서술적인 방식에서 묘사적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진행의 플로우를 이어가는 "Les Lointains", 서정적 상상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듯한 "Josef"나 "Cairn" 같은 곡은 전작과 구별되는 이번 앨범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장르를 대표하는 선수급 뮤지션들의 성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무노이의 존재감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앨범이다.


2017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