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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ondkopf - Spring Stories (Miasmah, 2022)

Mondkopf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전자음악가 Paul Régimbeau의 앨범. 2000년대 중반에 데뷔한 폴은 당시 유행하던 테크노와 일렉트로닉의 주류 언어에 기반한 작업을 주로 선보였으며, 이후 정기적인 협업과 작품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주요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앰비언트 리이브를 선보이면서 실험적인 음악적인 접근들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와 같은 변화의 주요한 계기는 Hadès (2014)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드론이나 둠 사운드를 전제로 하는 양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메탈 혹은 록의 영향을 강하게 수용하며 전체적인 음악적인 분위기까지 새롭게 갱신하게 되는데, 신비주의에 기반하면서도 싸이키델릭 한 몽환을 드러내는 듯한 표현은 이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지게 된다.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에 있으며 더욱더 세분화된 섬세함을 통해 문트코프 특유의 강한 몰입을 제공하고 있다. 해비 스트링을 기반으로 하는 기타 톤으로 마치 슈게이즈를 연상하게 하는 관조적인 사운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리프는 그 자체로 독특한 드론과 둠을 연출하기도 하고, 라인은 즉흥적인 모티브로 이어지며 부유하는 듯한 정서적 분위기를 그려내기도 한다. 확실히 이전의 작업들에 비해 무거운 사이키델릭을 포함하고 있으며, 혼란스러운 내러티브는 자연발생적이고 우연적인 점층의 연속처럼 이어지며 순간순간의 감정의 폭발마저 고스란히 드러내는 격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렉트로 어쿠스틱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름의 균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동시에, 앰비언트와 록의 경계에서 점멸하는 듯한 배회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Stéphane Pigneul, 관악기 Frédéric D. Oberland, 드럼 Tony Buck 등이 일부 트랙에 참여하면서 미묘한 텍스쳐와 분위기를 융합한 공간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소박한 레이어의 첨언만으로도 음악이 표현하는 뉘앙스가 더욱 풍부해지며, 민속적 특징을 비롯한 장르적 복합성을 더욱 강하게 부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합은 앙상블의 형식으로 완성되었다기보다는 기존 문트코프의 연주에 마치 한 꼬집의 감미료를 첨가한 듯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미묘함은 확실히 현재의 다른 트랙들과 구분되는 차별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로 전해지고 있다. 즉흥적인 폭발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어 다분히 실험적인 무거운 형상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종말론적인 표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자체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쩌면 내적 욕망이 온전한 방식의 표출을 이루고 있어 이와 같은 역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모험적이지만 그 자체로 이루는 미적 균형이 큰 힘을 발휘한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러 장르의 경계에서 점멸하며 스스로 빛을 내는 듯한 앨범이다.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