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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orten Georg Gismervik - Dunes At Night (Hubro, 2023)

 

노르웨이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Morten Georg Gismervik의 앨범.

 

모르텐은 1998년생인 젊은 뮤지션으로, 지금까지는 주로 솔로 프로젝트와 협업 방식의 작업을 통해 Syklisk (2018)와 My Home Is a Universe (2020) 등의 성과를 자주 발매 형식으로 선보였다. 앨범들을 통해 모르텐은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서정과 프로그래시브의 독특한 감성을 더한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였고, 친숙함은 물론 도전적인 표현을 함께 담아낸 음악을 통해, 그의 작업이 이후 어떤 확장성을 지닐지 호기심을 갖게 한다.

 

이후 모르텐은 대학에서 만난 동료들인 드럼 Sigurd Drogset Hemmingsen, 베이스 Torger Forsberg, 피아노 Harsha Jerome 등과 함께 약 3년간 함께 연주 생활을 이어왔다고 밝히는데, 이번 앨범은 이들과 함께 녹음한 첫 번째 결과물이며, Hubro 레이블을 통해 배포하는 데뷔 릴리즈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기존 솔로와의 공간적 특징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어, 쿼텟의 내밀한 밀도 속에 모르텐의 음악적 캐릭터가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음악이 품은 재즈, 클래식, 프로그래시브 등의 다면적 표현이 새로운 공간 속에서 융합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녹음은 모르텐의 성과이자 쿼텟의 결과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신선한 음악적 진화를 포함하기도 한다.

 

솔로 프로젝트에 비해 다면성을 표출하는 방식은 더욱 정교해졌으며, 그 표현 또한 유연함을 더하고 있다. 기존 솔로 작업을 통해 축적한 모르텐 특유의 음악적 내밀함을,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공간 속에서 인터랙티브한 연관으로 전화시켰으며, 이 과정에서도 각 멤버의 개별적 표현과 캐릭터를 개방함으로써, 긴밀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쿼텟의 견고한 내력을 완성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쿼텟의 특징은, 개별곡은 물론 앨범 전체가 지닌 매력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Kimri’s Theme, parts 1-4”와 같이 눈에 띄는 타이틀로 이루어진 일련의 연속이 완성하는 음악적 내러티브는 물론, “I Was Greeted by Winter”처럼 긴 호흡을 통해 각 뮤지션의 자율성을 반영하면서도 하나의 정교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 또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오랜 동료인 트럼펫 Anders Skjerdal을 포함해 더블 베이스 Håkon Huldt-Nystrøm, 피아노/신서사이저, Øystein Folkedal, 첼로 Ellen-Martine Gismervik 등의 게스트들이 참여해 레이어를 더한 트랙들을 통해, 이들의 음악적 확장성을 엿볼 수 있기도 한다.

 

때로는 드럼과 베이스의 감각적인 속도와 보폭에 대비를 이루는 멜로디 라인의 여유로운 움직임은 대조적이면서도 미묘한 정서적 복합성을 담아내는 듯하며, 정교하게 합을 맞춘 균일한 서정적 흐름에서조차 다양한 방식으로 긴장의 요소를 담아내며 내러티브의 호흡에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과 이야기의 전달을 치밀한 음악적 언어로 엮어 완성한다는 점은 물론, 이를 복잡한 구성이나 연주 외적 프로덕션을 통해 연출하는 것이 아닌, 쿼텟의 내밀한 합의를 통해 도달한다는 사실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개성을 담은 각 공간의 사운드는 인터랙티브한 연관 속에서 고유한 기능적 역할을 담당하며 정교한 합을 완성하고, 이와 같은 일체감을 곡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어, 유연함을 품은 엄밀한 특성을 관찰하게 된다. 때로는 각 악기의 전통적 기능과는 다른 독특한 연관을 통해 기타를 포함한 모든 악기들을 퍼커시브한 공간 속에서 배열을 이루며 감각적인 밀도감을 완성하는가 하면, 각각의 사운드가 신중한 중첩을 이루는 방식으로 여백을 채우거나 대신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진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밀한 밀도를 품으면서도 구성과 표현의 유연함을 통해 다면성을 실현하는 쿼텟의 음악이 지닌 나름의 섬세한 확장성은 게스트가 참여한 트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융해되면서도 쿼텟과는 미묘하게 다른 독특한 색감을 연출하는 모습은 나름 신선하면서도, 이들의 내밀한 특성을 더욱 부각하기도 한다.

 

북유럽 특유의 감성적 경계 안에서 모르텐과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다면적 특징을 매력적으로 표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성하는 음악적 내러티브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다. 고유한 음악적 밀도와 유연한 표현 사이의 경계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개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성하는 음악적 이미지는 풍부한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내력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훌륭한 미적 성과를 담고 있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