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Moss Covered Technology - Seafields (Dronarivm, 2021)

Moss Covered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Greig Baird의 앨범. 작년 한 해,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많은 뮤지션들이 발표하는 작업은 보건 위기가 일상의 음악적 삶을 어떻게 굴곡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곤 한다. 이 앨범 또한 상황의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있으며, 평소 자신의 삶과 가까이 있던 '해변'을 모티브로 불안을 정화하고 음악적 영감을 얻으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정한 공간적 모티브를 표제로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그리그는 묘사적 방식보다는 심리적 접근을 우위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MCT라는 솔로 프로젝트에서 자주 선보였던 모듈러 장치를 통해 표현되는 섬세한 사운드의 조합은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정서적 단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운드 스케이프, 멜로디, 효과 등이 복합적 연관을 맺으며 하나의 단일한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얽혀 있지만, 불필요한 부연이나 장식 등을 배제한 명료함이 녹아 있음을 인식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도 미묘한 텍스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공간적 이미지의 디테일의 완성을 끌어냄으로써 정중동의 긴장과 깊은 정서적 공감을 자극하는 것은 분명 인상적이다. 그리그가 이 앨범에서 심리적 접근을 통해 음악을 전개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묘사적 디테일을 게을리했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르페지에이터를 이용한 파도의 묘사나 글리치한 사운드를 통해 표현되는 모래알의 질감 등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훌륭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묘사와 정서가 통합을 이룬 좋은 예를 이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을 향해 달려가는 러시아 Dronarivm의 성과로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다.

 

20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