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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ultiTraction Orchestra - Reactor One (Superpang, 2023)

 

유럽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Alex Roth가 결성한 슈퍼밴드 MultiTraction Orchestra의 앨범.

 

MTO의 존재를 처음 알린 것은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가 막 시작할 무렵인 2020년 5월 공개한 싱글 “Emerge Entangled”이었다. 봉쇄에 대한 창의적 대응으로 8개국 15개 도시에서 27명의 뮤지션이 참여해 원격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10분 분량의 연주 속에 다양한 레이어로 이루어진 즉흥연주로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놀라운 곡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해당 작업의 프로듀서인 알렉스는 다시 한번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모아 본격적인 녹음을 감행하게 된다.

 

MOS의 첫 공식 타이틀인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녹음에 참여한 뮤지션들이다. 트럼펫 Arve Henriksen, 클라리넷/색소폰 James Allsopp, 전자하프 Rhodri Davies, 첼로 Kate Ellis, 베이스 Ruth Goller, 드럼 Jon Scott을 포함해 알렉스 본인도 전자기타와 신서사이저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싱글이 집합적 총량으로 음악적 에너지를 극대화했다면, 이번 앨범은 개인 역량을 극대화한 총량으로 에너지를 집합했다는 인상을 줄 만큼, 연주 그 자체는 프로덕션 모두 강한 힘을 발휘한다. 개별 연주자들이 각자의 활동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캐릭터의 일부는 수용하고 있지만, 그 특성은 MTO의 공간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밴드 앙상블이 보여준 음악적 규합이 지닌 유니크한 특징도 보여준다.

 

인적 구성만으로도 어느 정도 음악적 특징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 범위를 넘어선 놀라운 창의의 집합을 보여준다. 개별 공간의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해 펼치는 실험적인 재즈의 모습은 물론, 전체 공간을 하나의 균일한 톤과 밀도로 완성하는 일렉트로닉 드론의 특징을 비롯해, 구체적인 라인이 연출하는 민속적 분위기와, 각각의 특징이 어우러져 완성하는 록 특유의 메탈릭 한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앨범 전체는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하나의 총체적 언어로 아우르는 집중력을 보여준다. 다양한 요소적 특징을 포함하면서도, 결코 다면성을 지닌 미묘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명료한 자기표현을 통해 확고한 음악적 언어를 반영하고 있다. 개별 연주의 모티브를 이루는 알렉스의 기타 연주에 대한 각 뮤지션의 반응을 원격으로 규합한 작업 방식의 독특한 특징일 수도 있으며,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 한 반응 대신 각자의 창의성에 의존한 프레이즈를 프로듀서의 의도에 따라 치밀하게 레이어링 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극한의 조건에서 실험과 융합의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생성되는 가상의 장소를 암시”한다는 Reactor One이라는 타이틀과 딱 들어맞는다.

 

포화한 밀도를 다루지만 개별 라인이 지닌 역할과 기능을 분명히 하며, 각각의 연주가 중첩을 이루며 형성하는 집합적 관계는 명료하게 드러낸다. 단순히 한 명 연주자가 제시한 하나의 라인으로 공간을 채우지 않고, 해당 뮤지션의 다른 여러 프레이즈를 서로 다른 위상 속에서 배열하여 콘텐츠가 지닌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개방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형성화하는 음악적 기능도 함께 보여준다. 때로는 사운드 콜라주와도 같은 불균형과 긴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는 마치 융합을 통해 에너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듯한 모습을 띠고 있어, 실험적인 공간 활용에도 불구하고 강한 주제 의식에 부합하는 치밀한 일관성을 지니기도 한다. 로우에서 하이에 이르는 폭넓은 음역대를 지속적으로 채우고 있지만, 그 안에 여러 악기들의 다양한 톤과 질감의 변화를 통해 역동적 변모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집합적 움직임을 관찰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프로듀서의 강한 음악적 의지가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연주자의 즉흥적 창의를 개방하고 이를 구조화된 방식을 통해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지속성과 통일성을 지닌 유니크 한 음악적 형식의 앨범으로 완성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스펙터클한 음향의 조합이 전해주는 변화무쌍한 소리 그 자체의 쾌감도 무척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