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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yung Whun Chung – Piano (ECM, 2013)


이 앨범에 대해 언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뭐 어짜피, 누구 이 글 읽을 사람도 없는데 어떠냐 하는 마음에 소심하게 몇 자 끄적 거리기로.. 마에스트로가 과거 피아니스트로 연주했던 몇 장의 협주곡 앨범이나 정트리오 시절의 기록을 기억해보면 연주자로써의 능력은 동시대 그 누구에도 견줄만큼이다. 아들의 권유로 오랜만에 발표한 피아노 앨범이고, 두 번 째 한국인 ECM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듣기 전부터 큰 기대를 두었다. 피아니스트는 이 앨범에서 유명 소품들에 대한 차분한 해석을 선보인다. 정감어린 언어로 차분하게 이어가는 연주는 마치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듯 친절하기까지 하다. 분명 연주 그 자체만으로는 몇 번의 커튼콜은 충분하다. 하지만 ECM 타이틀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자신의 역할을 단순히 피아니스트에 국한시키지 않고 작가적인 상상력을 더한 앨범으로 기획되었다면 정명훈의 또 다른 음악적 면모를 엿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ECM에서의 정명훈에게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것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피아니스트 정명훈은 자신의 명성 관리에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그 안전한 길은 그가 지금까지 이룬 음악적 성과에 어떠한 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ECM의 독자들에게 주목할 만한 어떤 성과를 선보인 것도 아니다. 만약 Decca 혹은 DG와 같은 레이블의 타이틀이었다면 이런 느낌은 조금 덜했을 듯.


201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