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Nadje Noordhuis - Full Circle (Newvelle, 2022)

 

미국에서 활동 중인 호주 출신 트럼펫/플루겔호른 연주자 Nadje Noordhuis의 앨범.

 

나제는 10대 이전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접하면서 음악적 감성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전문적인 재즈 교육과 더불어 음향학을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초부터 세션 활동을 시작으로, 일찍부터 풍부한 음악 경험을 축적했고, 2000년대 중반 여러 유명 경연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으며, 201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개인 작업을 선보이면서 작곡은 물론 제작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펼치게 된다. Little Mystery라는 레이블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주로 본인과 관련한 작업을 출반하는 개인 음반사의 성격을 지니며, 이를 통해 인상적인 음악적 접근과 협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한 고통과 상실을 음악의 회복력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Newvelle 레이블에서 기획한 The Renewal Collection 4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Elan Mehler, Michael Blake, Dave Liebman에 이어 나제의 녹음을 선보인 것이다.

 

나제의 음악은 현대적인 양식 속에서 전통적인 규범에 비교적 충실한 모습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스타일을 고전적인 오소독스 한 엄밀함과는 차별점을 분명히 하면서, 보다 유연한 표현의 확장을 조심스럽게 시도하는데, 자신의 연주에 리버브나 딜레이와 같은 효과를 자연스럽게 걸어 음향적 공간을 확대한다거나,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교집합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탐색하는 등의 신선함을 담아내고 있다. 언어적으로는 비교적 규범에 충실하면서도 그 표현에서는 나름의 유연함을 보여줌으로써, 재즈에 기반을 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그녀의 작곡은 서정적 서사를 다루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데, 분위기 농밀한 테마는 물론 이를 통해 전개하는 매력적인 라인을 담아내고 있어, 대중적으로도 쉽게 공감 가능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나제의 서정적 매력을 함축하면서도 밀도 있는 매력을 다루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뮤지션들로, 피아노 Fred Hersch, 베이스 Thomas Morgan, 드럼 Rudy Royston 등,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유한 음악적 상징성을 지닌 중량감 있는 연주자들이 단체로 녹음에 참여하고 있다. 라인-업만을 봐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분명하며, 그 결과 또한 우리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풍부한 감성적 매력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선보인 나제의 작곡은 현재의 인적 편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은 첫 트랙만 들어봐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정상급 뮤지션들과 공유하는 공간 속에서도 자신의 선명한 음악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연출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녹음에서 인상적인 모습은 여유 있는 공간 활용에 있다. 무대 자체를 넓게 쓴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일정한 거리에서 각 악기 고유의 진행과 배음을 통해 공간의 밀도를 채워가는 방식에서 보여주는, 적절한 긴장과 여유의 조화는 인상적이다. 개별 공간 사이에 취해진 일정한 거리는, 이에 적합한 인터랙티브를 지속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테마의 서정적 농밀함은 물론 솔로 라인의 서사적 표현에서의 여유를 개방하기도 하여, 전체 진행에서 강한 설득력과 몰입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유 속에서도 유기적인 연관을 지닌 공간 활용은 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나름의 합목적성을 지닌 방향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극적 표현은 곡 전체의 서사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재즈 앙상블을 규범적 특징을 우위에 두고 있지만, 개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으며, 나제 자신 또한 순수한 어쿠스틱 사운드 외에도 리버브나 딜레이 등의 효과를 활용한 연출을 선보이며 나름의 다양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최근의 Enrico Rava와 Fred Hersch의 듀엣 앨범에서 경험한 서정과 역동을 보다 젊은 감각으로 확장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나제 자신의 개성과 감성은 물론 자신의 음악적 전망까지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작업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녀가 전하는 따듯한 위로의 메시지는 얼어버린 마음에 작은 불꽃과 같은 잔잔한 온기를 전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이다.

 

 

20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