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악기 연주력을 바탕에 둔 화려한 표현력과 정교한 상상력은 음악 그 자체를 하나의 짧은 단편으로 만든다. 구성은 명료하고 스토리텔링은 다채롭다. 이와 관련된 장르 음악의 모점적인 교본을 보는 듯하다. 물론 교과서적이라는 말에 함의된 두 측면을 눈치챘다면 이 앨범의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규칙과 패턴에 따라 반복되는 구성에서의 단편적인 모습이 존재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별 곡에 알맞은 디테일한 사운드의 연출을 통해 다채로운 인상을 주기도 한다. 과거에 선보였던 다양한 작업 속에서 자신의 유니크함을 대표할 구성적 특징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이 반가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