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ck Sanders의 앨범. 지금까지는 주로 트리오를 통해 많은 음악을 선보였던 닉이 이번에는 피아노 솔로 녹음을 들려주고 있다. 솔로라는 형식 자체도 흥미롭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앨범에서 재즈보다는 클래식에 근접한 음악적 양식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기존 연주에서 이와 같은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고, 색소폰 연주자 Logan Strosahl와의 듀엣 Janus (2016)에서는 폭넓은 음악적 공간 속에서 고전적인 영향력을 받아들인 진행을 선보인 경험이 있어 그리 생소한 표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번 앨범 또한 본격적인 클래식 혹은 현대 고전의 작업으로 해석되기에는 재즈 고유의 관습적 표현들이 많이 묻어 있지만, 근본적인 표현에서는 확실히 고전적인 영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만 우리에게 전해졌던 것에 비해 닉은 그 이전에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훈련을 거쳤던 점을 기억한다면, 이번 작업은 자신의 작곡 실력을 더해 기존 자신의 모든 음악적 표현을 총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다분히 복합적인 인상이 다분하게 느껴진다. 재즈라는 프리즘을 통해 클래식적인 양식을 소화하는 모습처럼 보일 때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고전적인 표현 속에 즉흥적 모티브나 재즈적인 주법들을 관통시켜 그 양상을 굴절시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어느 한 장르의 우위를 두고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두 가지 양식의 통합적 표현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선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클래식의 표현만 하더라도 쇼팽에서 필립 글라스 등을 연상하게 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이와 같은 두 가지 양식의 혼용은 이미 많은 재즈 피아니스트들에 의해 창조된 훌륭한 선례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시도 그 자체만으로 신선하다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 다만 그 표현에 있어 통합적인 사고를 염두에 두면서도 일정 부분 클래식적인 작곡을 우위에 두고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은 기존 작업과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을 연출하는 리버브에서는 오히려 클래식에 가깝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즈적인 모티브의 활용이나 즉흥적 표현은 적절한 긴장의 요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 작곡과 이를 재현한 연주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