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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cola Guida - Speleology (Totally Imported, 2021)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cola Guida의 데뷔 앨범. 니콜라는 재즈와 관련된 논문으로 음악은 물론 철학 석사학위까지 보유한 나름 학구파 피아니스트로 전해진다. 작년 말에 공개된 두 편의 싱글과 더불어 Greg Osby의 후원으로 앨범이 제작된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고 있었던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녹음은 베이스 Eddy Cicchetti와 드럼 Dario Panza와 함께 하는 트리오 포맷을 기본으로 Karnival Kid와 Francesco Fratini를 포함 그레그 등이 게스트로 참여해 진행되었다. 이번 앨범에 대한 인상은 사실상 작년 말에 발표한 "Anamnesys"와 "Come Inside" 두 편의 싱글에 의해 지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 번째 싱글에서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동시에 첫 음을 시작하는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오래전 빌 에번스 트리오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이다. 니콜라의 연주는 쿨 시대의 고전적인 우아함을 오늘날의 도회적인 세련된 감각으로 재현한 듯한 고상함을 품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 노는 소리를 담은 현장 녹음과 트리오 연주 배경 뒤로 스트링 계열의 사운드를 활용해 곡의 이미지와 공간을 풍부하게 연출하는 감각적인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연주는 트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표현에서는 그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마치 자신들의 포맷을 일종의 음악적 플랫폼처럼 사고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실제로 총 7개의 트랙 중 3곡에서 게스트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선보이고 있고, 트리오 연주에서도 외부의 사운드나 효과의 사용에도 어떤 거부감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트리오 연주만 놓고 보더라도 긴밀한 음악적 유기성을 바탕으로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마치 서로의 호흡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사운드를 내밀화하며 다이내믹을 축적해가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진행에서 반전을 유도하는 방법은 물론 음향을 활용하는 방식 등에서 무척 위트가 넘쳐 감상의 재미를 높인다. 처음 앨범이 시작하는 첫 음에서부터 마지막 트랙의 놀라운 엔딩에 이르기까지 강한 인상을 남긴 앨범이다.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