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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colas Masson, Colin Vallon, Patrice Moret, Lionel Friedli - Travelers (ECM, 2018)


스위스의 색소폰 연주자 니콜라스 마송이 피아니스트 콜랭 발롱, 베이스 연주자 파트리스 모레, 드러머 리오넬 피들리 등과 쿼텟으로 선보이는 신보. 마송은 기타, 드럼, 색소폰으로 구성된 트리오로 ECM에서 Third Reel (2013)과 Many More Days (2015)를 발표해 이미 우리와 친숙한 뮤지션이다. 그 이전에도 쿼텟 포맷의 앨범들을 몇 장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중 마송의 Parallels 4인조는 12년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며, 이번 앨범의 멤버 및 편성과 동일하다. 우리가 현재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파랄렐즈의 앨범은 Clean Feed에서 발매한 Thirty Six Ghosts (2009)로, 이번 앨범과 비교하면 이들 쿼텟이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음악적 궤적을 그리며 변해왔는지를 매우 거칠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작에서 발롱의 펜더 로즈 대신 이번 앨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멤버와 편성이 같지만, 그 외 나머지는 모두 새롭다고 봐도 무방한 스타일의 간격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전작에서는 무게 중심을 낮추고 협소한 공간을 공유하며 리더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응집력에 집중했다면, 9년 만에 새롭게 발표한 이번 앨범에서는 전혀 다른 음악적 스탠스에서 새로운 합의를 위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넓게 점유한 동일한 공간 내에서의 기악적 완성도에 집중하며 전체적인 사운드의 밸런스를 강조한 점은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 마치 재즈의 진행을 현대 고전음악의 실내악적 규범에 적용한 듯한 엄밀함이 부각되고 있다. 표현은 단순해진 대신에 진행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한결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지하는 한편, 규격화된 공간 구성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연성은 자율성과 폭넓은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과 스스로의 미세조정에 따른 변화인지, 아니면 프로듀서의 강한 의지의 개입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레이블의 성격과 상당한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ECM의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마송의 작품이 이번 앨범에서도 커버를 장식하고 있다.

201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