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재즈-록 그룹 Niechęć의 앨범. 2010년대 초에 결성된 Niechęć는 데뷔 앨범 Śmierć w soft furku (2012)를 발표하며 록 사운드의 공간 속에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독특한 양식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게 된다. 공격적이지만 우아한 기품을 뿜어내며 유니크 한 면모를 과시하던 밴드는 [self-titled] (2016)을 통해 사운드에서의 보다 복합적인 활용을 통해, 재즈와 록 두 가지 양식의 융합을 보다 정교하게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의미 있는 음악적 진화를 완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소한 멤버의 변화를 겪게 되며, 진화를 위한 이와 같은 모색은 Live at Jazz Club Hipnoza (2018)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초기 멤버인 드럼 Michał Kaczorek와 기타 Rafał Błaszczak를 비롯해 베이스 Maciej Szczepański, 피아노/키보드 Michał Załęski, 색소폰 Maciej Zwierzchowski 등 5인조로 녹음되었으며, 이 외에도 데뷔 초기부터 엔지니어로 참여하면서 일렉트로닉 및 연주를 통해 사운드의 완성에 깊이 관여했던 Sebastian Witkowski가 이번 녹음에도 제6의 멤버로 함께하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Niechęć가 지금까지 보여준 일련의 변화 혹은 진화를 상징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늘 그래 왔듯이 사운드의 활용은 보다 정교해졌고, 각 파트가 차지하는 공간과 역할을 포함한 그 관계의 구성 또한 유연해졌으며, 그 결과 복합적인 장르적 양식을 융합한 다양한 특징을 밀도 있고 내밀한 표현으로 완성하게 된다. 이미 기존 라이브에서 현악 게스트를 포함한 여러 악기들을 이용해 대위적인 구성의 공간을 연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은 라인을 이끄는 멤버들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조합해 스튜디오 녹음 특유의 정교한 형식을 완성하기도 한다. 피아노/키보드, 기타, 색소폰 등으로 이루어진 메인과 카운터 라인의 관계는 유기적이면서도 상황에 따른 변화에 민감함을 더해 다이내믹 한 변화와 진행을 이끌기도 한다. 라이브에서도 경험했듯이, 이 과정에서 건반을 담당하는 미할은 마치 카멜레온과도 같은 변화무쌍함을 통해 멜로디의 구성을 통합하는 역할은 물론 공간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지금까지 Niechęć가 이룬 음악적 진화의 현재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공격적이고 거친 첫인상과는 달리 진행을 통해 펼치는 음악은 우아하고 섬세하며, 무엇보다 낭만적이다. 이보다 더한 매력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다음 작업을 통해 선보일 음악적 진화를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