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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ghtports & Matthew Bourne - Nightports w/ Matthew Bourne (The Leaf Label, 2018)


영국 출신 프로듀서 겸 뮤지션 Adam Martin과 Mark Slater로 이루어진 나이트포츠와 피아니스트 매튜 본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이들의 협업 결과물들이 단편 형태로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앨범 전체는 어떤 형상을 취하고 있을지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접했던 나이트포츠의 음악 자체가, 마치 여러 개의 여권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다중 국적자처럼, 일렉트로닉과 어쿠스닉의 경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활보하는가 하면 매번 발표하는 앨범들 마다 특정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변화무쌍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튜의 경우 영국 재즈 신에서는 보기 드문 프리 임프로바이저로 비교적 확고한 자신의 음악적 기반이 있는 뮤지션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녹음된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음악적 형상은 무척 다면적이다. 앰비언트와 모던 클래시컬이 조합을 이루는가 하면 임프로바이징과 퓨전이 대칭점에서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개별 곡들은 각자의 경향성을 비교적 분명히 하는 반면 앨범 전체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뒤섞인 복합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앨범 자체가 하나의 균일한 색감으로 통일된 인상을 주는 것은 명확한 자기표현에 기반을 둔 매튜의 피아노가 확고한 중심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아노 사운드 그 자체에 집중해보면 또 다른 혼란과 마주하게 되는데, 개별 곡마다 혹은 같은 곡 안에서 매번 다른 피아노를 이용해 녹음한 흔적이 너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번째 녹음은 매튜의 집에 있는 4개의 피아노를 이용했고, 나머지 두 번의 녹음은 피아노 전문 매장에서 선별된 몇 대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앨범 전체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결과적으로 아담과 마크는 매튜를 자신들의 음악적 완성을 위해 악기처럼 연주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단순한 대상화가 아니라 자신들의 음악적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매튜에게 존재하는 모든 표현의 가능성을 개방하고, 이를 통해 녹음된 음원을 조합해 하나의 음악적 완성을 이룬다. 그 느낌은 놀라움보다는 신기함에 가깝다.

201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