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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k Bärtsch’s Ronin - Awase (ECM, 2018)


스위스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닉 베르취가 이끄는 그룹 로닌의 신보. Nik Bärtsch’s Mobile 이름으로 발매된 Continuum (2016)이 존재하지만, 로닌의 타이틀로는 Live (2012)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2001년 데뷔 이후부터 구성원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팀 이름을 바꿔 사용하기 때문에 모빌과 로닌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이제 Sha (bcl, as), Thomy Jordi (b), Kaspar Rast (ds)로 새로운 쿼텟으로 진용을 정비하고 로닌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베르취에게 있어 팀 이름이 로닌인지 모빌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데뷔 당시부터 "Modul"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일련의 연속된 작업이 그의 음악적 에센스에 근접한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그의 음악에서 재즈의 중심적 역할은 명료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위시한 현대 고전음악, 펑크, 록 등 주변 장르의 요소들이 조합적 균형을 이루며 에소테릭한 양식의 그루브를 형성하고 있다. 베르취에게 있어 작곡이 여러 음악적 요소 사이의 레이어와 모티브가 내면의 논리에 의해 결합을 이루는 양식이라면, 연주는 표출적 성격을 지닌 구성 형식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베르취의 연주는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유러피언 특유의 자율적 개방 공간 개념과는 일정한 거리를 취한다. 가끔은 현대 고전음악의 실내악적 규범의 엄밀함에 따르는 듯한 태도로 비치기도 하지만, 라이브 공간에서도 드러나듯이 피아노의 연주에 따라 철저한 인과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진행은 베르취 자신의 고유한 독창적 표현을 상징하는 듯하다. 베르취 자신은 이를 작곡의 엄밀함과 즉흥연주의 자기 우회 사이의 긴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와 같은 진행 방식 속에서 자율 공간은 내밀화된 표현의 응축물이 집약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때문에 기존 앨범과 비교해 이번 녹음에서는 구성 변화에 따른 미묘한 사운드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베르취가 지금까지 지속해온 작업의 일관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천재성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201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