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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k Bärtsch - Entendre (ECM, 2021)

스위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kBärtsch의 앨범. 지금까지 주로 Ronin이나 Mobile 등의 그룹을 통해 선보였던 닉의 음악적 세계관이 Hishiryo - Piano Solo (2002) 이후 20여 년 만에 솔로 공간에서 재현된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무척 특별하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닉은 자신의 음악적 핵심을 요약하는 "Modul"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곡과 연주가 확장되고 응용될 다양한 가능성을 사고하게 되는데, 닉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마치 '무술의 기본 훈련'과 같은 템플릿으로 비유된다. 지금까지 닉은 이와 같은 다양한 "Modul"들을 앙상블의 확장을 사고하는 어쿠스틱 그룹 Mobile이나 재즈와 주변 장르와의 접점을 현대 작곡의 시점에서 접근하는 밴드 Ronin의 실험 속에서 현실화했다. 그 때문에 이번 솔로 앨범은 지금까지의 확장과 융합의 과정에서 기존 "Modul"들이 유연성을 획득하고 새로운 결과를 선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 자체로 결산의 성격을 포함하며 새로운 음악적 콘텍스트를 발견하는 또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곡이 Ronin과 Mobile의 통합을 상징하는 첫 번째 트랙 "Modul 58_12"이다. 하나의 유닛으로도 작용이 가능하면서도 상호 접속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형식적 접합 외에도, 피아노 솔로라는 공간적 추상의 과정으로 그 내용이 새롭게 전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른 곡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개 과정, 즉 미니멀한 그루브에서 출발해 그 잔향이 반영되고 그 흔적이 가미되어 연주 스스로가 유기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은 "Modul"이 보여주는 진화의 모습이면서도, 그룹을 통해 관찰했던 방식과는 다른 양상이라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앨범 타이틀에 명시된 '듣는다'라는 행위의 주체는 음악 그 자체고 닉 자신이다. 우리는 단지 그 결과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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