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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ls Økland & Sigbjørn Apeland - Glimmer (ECM, 2023)

 

노르웨이 하르당거 바이올린 연주자 Nils Økland와 오르간 연주자 Sigbjørn Apeland의 듀엣 앨범.

 

닐스와 시그비요른은 노르웨이의 민속, 종교, 즉흥 등의 각기 다른 음악적 영역에서 접점을 찾기 위한 오랜 협력을 이어온 동료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선보였던 음악적 성과의 바탕에는 노르웨이의 전통 음악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트리오 1982나 퀸텟 Nils Økland Band 등과 같이 저마다 각기 다른 양식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닐스와 시그비요른은 각자의 활동 속에서도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린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북유럽 뮤지션들의 인적 네트워크의 교류를 통해 풍부한 다면성을 실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성과들은 Rune Grammofon, Hubro 등과 같은 로컬 레이블은 물론, ECM을 통해 수용되기도 하는데, 독일 음반사에서 발매한 닐스와 시그비요른의 작업만 보더라도, 이들의 음악적 표현이 결코 한정적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앨범은 닐스와 시그비요른의 음악적 근간을 이루는 노르웨이의 전통 음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면성보다는 음악적 근원에 기반하고 있으며, 기악적 표현 또한 이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곡은 두 음악가의 성장 배경과 연관이 있는 노르웨이 서부 Haugalandet 지역의 민속 음악에서 출발한다고 전하고 있으며, 현지 음악가들의 도움으로 시그비요른이 수집한 풍부한 레퍼토리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앨범에는 닐스와 시그비요른의 오리지널 또한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 서부 노르웨이를 주로 화폭에 담았던 19세기 노르웨이 풍경화가 Lars Hertervig에 관한 영화 Lysets Vanvidd (2013)의 수록곡과 현대 작곡가 Fartein Valen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Valevåg” 등이 그 일부를 이룬다.

 

앨범 전체는 하르당거 바이올린과 펌프 오르간의 일종인 하모니움의 소박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 전통 음악과 새로운 작곡의 교차에도 불구하고, 균일한 정서적 분위기와 질감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작업만의 고유한 특성을 완성하고 있다. 두 악기는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서로 침범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혹은 전통적인 대위적 연관에 비교적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선율과 화성 또한 민속적 요소를 반영한 구성적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무조의 특성을 지닌 현대적인 양식의 곡에서도 두 악기가 만들어 내는 고유한 배음을 통해 정서적 지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오리지널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민속적 특징을 수용하고 균일한 텍스쳐를 완성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속적인 특징을 부각하는 독특한 기악적 표현을 구사하고 있지만, 임프로바이징과 연관된 자율적 개방성과는 거리를 두는 듯하다. 엄밀한 구조적 양식 안에서 각자의 공간적 기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편곡 과정에서 구축한 유기성과 각 공간에서의 섬세한 재현을 이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풍부한 서정을 담아낸 듯하다.

 

듀오라는 소박한 공간 속에서 비교적 제한적인 음역대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닐스와 시그비요른은 각자의 섬세함을 통해 깊이 있는 뉘앙스를 담아내고 있다. 다분히 고전적인 민속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안착하는 듯한 소리의 결은 물론, 이들이 함께 완성하는 앙상블은 안정적이면서도 풍부한 울림을 완성하며, 시간과 장소를 넘어선 보편적 감동을 전해준다.

 

 

202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