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Nils Petter Molvær - Stitches (Modern, 2021)

노르웨이 트럼펫 연주자 Nils Petter Molvær의 앨범. 장르 믹스적이면서도 어쩌면 닐스 본인 스스로가 하나의 장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재즈 트럼펫의 고유한 영역을 넘어서 록은 물론 일렉트로닉 계열의 다양한 장르적 표현들을 자신의 언어적 표현에 내재화하여 독창적인 음악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에는 기타리스트 Geir Sundstøl 대신 Johan Lindstrøm이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드럼 Erland Dahlen, 베이스 Jo Berger Myhre가 참여하고 있어 Buoyancy (2016)의 후속 성격을 지닌다. 이는 트리오 해체 이후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모색했던 Switch (2014)에서 피아노와 신서사이저를 중심으로 형성했던 사운드의 공간 대신, 페달 스틸 기타를 통해 재구성하는 접근을 통해 몽환적 이미지를 연출함으로써 새롭게 완성된 닐스 쿼텟의 음향적 특징을 발전시킨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복합적인 사운드 특징을 지닌 요한의 페달 스틸 기타는 기존의 일렉트로닉에 의해 연출된 효과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와 더불어 솔로 악기로서의 표출까지 갖추고 있어, 기존 닐스 음악의 특징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금속성 현악의 보이싱은 닐스의 차갑고 냉소적인 사운드에 공간적 이미지에 온기를 완성하는가 하면, 음과 음 사이의 빈 공간을 다양한 표현을 통해 채워감으로써 음악적 행간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타와 트럼펫이 다채로운 방식을 통해 서로를 대면하며 그 사이에서 여러 표현의 합을 유도하고 완성하는 과정이 두드러지게 관찰될 만큼, 두 악기 사이의 관계가 이번 쿼텟의 핵심을 이룬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제작된 이번 앨범은 뮤지션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인터랙티브 한 사운드 공간의 유기성은 물론 즉흥적 표출을 통해 개방되는 유연성에서도 전혀 흠잡을 틈 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타는 얼음이 형용모순이 아님을 증명하는 앨범이다.

 

20210828

 

 

 

related with Nils Petter Molvær

- Nils Petter Molvær & Moritz von Oswald – 1/1 (EmArcy, 2013)
- Nils Petter Molvær – Switch (OKeh,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