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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orman Westberg & Jacek Mazurkiewicz - First Man in the Moon (Hallow Ground, 2021)

미국 기타리스트 Norman Westberg와 폴란드 베이스 연주자 Jacek Mazurkiewicz의 듀엣 앨범. 198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Swans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노만과 재즈 베이시스트 야체크가 만나 앰비언트 계열의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파격적인 작업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노만이 자신의 솔로 작업에서 독특한 기타 스웰이 연출하는 몽환적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야체크가 실험적 베이스와 전자악기를 통해 다양한 표현주의적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둘의 조합은 의외이면서도 절묘하다는 의견에 동감을 보낼 것이다.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지냈지만, 본격적인 공동 작업을 기획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전해진다. 이번 작업은 야체크의 작곡에 기반한 녹음을 진행하고 이를 편집하여 두 뮤지션이 각자 자신의 접근에 따라 즉흥적 라인을 오버더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연주자는 악기의 다양한 기악적 특징을 활용해 독특한 사운드를 레이어링 하는데, 이러한 즉흥적 개방 공간에서의 실험적 접근은 앨범 전체를 다면적인 특징을 지닌 장르 복합적 성격을 갖게 한다. 때로는 명상적인 드론 사운드로 앰비언트적 묘사를 이루는가 하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엄밀한 표현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재즈적 임프로바이징이 라인을 구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실험적인 언어가 연상되는 등 그 느낌조차 하나의 특징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다. 사운드에 대한 나름의 규범적 준칙은 존재하고 있는 듯하지만 언어의 추상성과 표현의 실험성이 강하게 반영된 탓에 그 묘사 혹은 내러티브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표제, 표지, 표현 등 그 모든 것의 연관이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노만과 야체크가 각자의 음악적 전망을 공유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