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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ot Waving & Romance - Eyes of Fate & Restoration Of Bliss (Ecstatic, 2021)

Not Waving이라는 이름으로 런던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전자음악가 Alessio Natalizia와 영국 뮤지션 Romance의 협업 앨범 및 EP. 20년 이상을 주로 DJ와 감각적인 디지털 리소스를 활용한 음악을 선보였던 알레시오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선보였던 신예 작가와 협업작을 발표했다는 점은 무척 의외다. You Must Remember This (2020) 앨범에서 기존 고전음악의 문법과 언어를 해체적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현대 작곡의 관점에서 앰비언트의 표현으로 완성한 로맨스의 놀라운 작업을 떠올려 보면 알레시오와의 접점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레이블의 설립자이고 로맨스의 지난 작업에서 마스터링을 담당했던 인연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둘의 조합은 예상 밖의 완성 있는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역할과 비중으로 본다면 로맨스의 지분이 80은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고 기본적인 언어와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은 신인 뮤지션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알레시오는 자신의 유니크한 표현을 절제하면서까지 로맨스가 구성한 음악적 형식과 내용에 더욱 완성된 디테일을 완성하고 풍부한 질감을 완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이번 앨범이 로맨스의 전작과 유사한 형식적 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풍부하고 다면적인 신비한 이미지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알레시오의 역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풀타임 리코딩과 EP으로 각각 발매된 두 앨범은 사실상 하나의 작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형식이나 내용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고전적인 음악적 피겨를 해체하고, 버추얼 사운드로 이루어진 앙상블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이용해 모던 클래시컬의 다면적인 텍스쳐를 지닌 앰비언트를 완성한다. 감각적이면서도 심미적인 깊이를 간직한 작업이다.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