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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ouvelle R - Sénescence (self-released, 2018)


프랑스의 재즈 트리오 누벨 에흐의 신보. Sylvain St-Onge (g), Carl Mayotte (eb), Olivier Bussières (ds, perc)로 이루어진 트리오는 30분 분량의 EP L'emporte-Piece (2015)로 데뷔했고 이번 앨범은 사실상 이들의 첫 풀타임 녹음이다. 구성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에너지와 더불어 웜톤의 포근한 사운드가 조합을 이루어 연출하는 익숙한 분위기는 이들 트리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앨범의 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환경오염에 관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들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인류와 지구의 관계에 대한 반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심각한 주제를 구성하는 아홉 편의 타이틀은 그 단어들만으로 의미를 짐작하기 쉽지 않은 선언적이고 함축적인 제목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표제적인 성격이 부각되어 음악과 제목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표와 기의 사이 관계 또한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음악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적당하게 심각하고 진지하며, 이들 트리오가 지닌 고유의 포근한 톤과 어울려 수용 가능한 나름의 음악적 진솔함이 전달되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들의 수준에서 이해한 내용을 자신들의 언어로 솔직하게 전달하는 모습은, 거창하고 심각한 담론과는 달리 큰 거부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내레이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직접적인 시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하자). 이들 트리오의 음악은 PMG의 연주 중 가장 대중 친화적인 요소와 은연중에 드러나는 미묘한 민속적 분위기가 어울리고 있으며, 진행 형식에서도 일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오디너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쉬운 접근성을 장점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이와 같은 자신들의 일상성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재한 음악적 에너지를 조심스럽게 표출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정제된 표현과 포근한 톤으로 이어지는 신중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음악적 일관성과 균형감을 짐작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성이 오히려 특별한 매력이 될 수 있음을 누벨 에흐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18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