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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ddgeir Berg Trio - Before Dawn (Ozella, 2018)


노르웨이에서 결성된 신생 오드게이르 베르그 트리오의 데뷔 앨범. Oddgeir Berg (p, key), Karl-Joakim Wisløff (b), Klaus Robert Blomvik (ds)로 이루어진 OBT는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 형식을 취하면서도 키보드와 신시사이저 등도 함께 활용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일렉트로 어쿠스틱 재즈라고 스스로 명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구성 형식의 예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라 그 자체로 신선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이러한 형식으로 북유럽 재즈 씬에서 활동하는 트리오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을 먼저 한다면 피아노와 키보드를 함께 혼용하거나 두 가지 사운드를 동시에 구사하는 등의 모습은 그리 많지 않으며 상황이나 곡의 특징에 따라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비교적 오소독스한 방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앨범의 대부분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키보드의 활용 예에서도 과도한 실험성보다는 사운드 그 자체에 목적을 둔 듯한 인상을 준다(cf. "A.C.M.", "Slogro"). 다만 이들의 연주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트리오의 공간 구성에 있어 기존에 봐왔던 유러피언 혹은 북유럽 스타일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별 공간의 자율성보다는 유기적인 진행과 균형에 중점을 둔 연주를 들려준다. 리더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애써 공간을 채우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만 집중하는 시크한 분위기나, 서로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조적인 태도로 인터플레이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당혹스러운 인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상의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북유럽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이와 같은 명료함과 단순함이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주게 된다. 포스트-밥에 기초한 전통적인 어법에서부터, 재즈-록적인 접근은 물론 우리가 흔히 북유럽 재즈에서 기대하게 되는 민속적 서정성까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치고 있다. 자신들만의 담백하고도 심플한 표현으로 여러 특징을 지닌 레퍼토리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이후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1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