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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lga Konkova Trio - Open Secret (Losen, 2021)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Olga Konkova의 앨범. 주로 소규모 편성에서 은밀함이 감도는 신비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올가의 작업들은 특히 트리오에서 큰 매력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주로 듀엣 작업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트리오 타이틀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올가는 남편이자 베이시스트인 Per Mathisen과 함께 매번 드러머들과 함께 OKT의 타이틀을 발표했는데, 이번 앨범에는 Gary Husband이 참여하고 있어 6년 전에 발매한 The Goldilocks Zone (2015)을 여러 면에서 떠올리게 한다. 피아노는 트리오의 음악적 톤과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최적의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투명하고 깊은 울림이 강조되도록 조율되어 축약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올가의 연주가 만들어내는 사색적인 공간감을 연출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도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각자의 공간이 지닌 고립감을 극대화했다는 인상이 강한데, 그만큼 서로에 대해 관조적이면서도 냉철한 개입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흔히들 이야기하는 북유럽적인 정서가 강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률적인 스타일의 연주만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스타일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음악 속에서도, 트리오에 대한 자신들의 접근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뉘앙스와 감수성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데 이와 같은 대목이 어쩌면 OKT의 유니크 한 매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피아노의 개인 공간에서 의도적으로 축약적인 표현을 이용해 음을 비워두더라도 베이스와 드럼은 그 자리에서조차 자신들의 리듬과 보폭을 유지함으로써 묘한 사색적 경험을 제공하는 순간들을 종종 보여줄 만큼 서로에 대해 관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대신, 상호 개입에서는 냉철할지언정 능동적이고 기민할 정도로 적절하게 이루어진다. 어쩌면 이와 같은 독특한 인터플레이는 OKT만의 고유한 언어라는 생각도 하게 되며, 예측 가능성과 의외성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듯한 지적인 센스가 이들의 연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20210913